이미지 크게보기 백혈병 환아 차희수(오른쪽) 군이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기실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 씨를 만나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연합뉴스

이츠하크 펄먼, 항암투병 8세 차희수 군과 ‘즉석 만남’

공연장 대기실에서 만나줘
맹연습한 ‘유머레스크’ 연주
“힘 얻어 병마 꼭 이겨내길”

12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기실.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이츠하크 펄먼(72) 씨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혈액 및 골수 내 림프구 계통 세포에서 발생하는 혈액암)을 앓고 있는 차희수(8) 군에게 즉석 레슨을 해주고 있었다.

차 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올린 연주자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펄먼 씨에게 “헬로”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5분가량 ‘유머레스크’를 연주했다. 짧은 연주시간이었지만, 차 군으로서는 모든 것을 쏟아부은 혼신의 연주였다. 이날의 5분 연주를 위해 차 군은 앞선 3일간 매일 20분씩 연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군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20분은 그가 펄먼 씨와의 만남을 얼마나 기대하면서 맹연습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긴 시간이다.

오후 5시 공연을 마치고 대기실로 온 펄먼 씨는 공연 직후의 피로감도 잊은 채 손으로 장단을 맞추며 차 군의 연주에 관심을 보였다. 펄먼 씨는 차 군에게 활을 옆으로 잡지 말고 바로 잡으라고 자세를 교정해주고 여유 있게 연주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했다. 펄먼 씨는 차 군에게 바이올린을 언제 처음 연주했는지, 하루에 얼마나 연습하는지 등을 물으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차 군의 꿈은 펄먼 씨와 같은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것이다. 병상에 누워서도 늘 펄먼 씨가 연주하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등을 들었다는 차 군은 3년 동안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올해 7월 재발 판정을 받고 다시 항암치료를 하고 있다.

차 군의 기억에 평생 남을 이날 만남은 그의 부모가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에 부탁해 이뤄졌다. 차 군의 부모는 늘 콩쿠르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바이올린에 재능이 있었던 아들이 병을 얻은 뒤 힘들어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펄먼 씨와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펄먼 씨도 어렸을 적 큰 시련을 딛고 세계적인 연주자로 성장했기에 차 군과의 짧은 만남은 더욱 뜻깊은 자리가 됐다. 펄먼 씨는 4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마비된 장애인으로, 목발과 휠체어에 의존해 이동하며 연주도 앉아서 한다.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 관계자는 “펄먼 씨를 보고 차 군이 힘을 얻어 병을 잘 이겨내고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