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턴기업 보조금 ‘반토막’

진출업체 0.4%만 복귀 고려
지분 청산 등 규제의 벽 높아

“당장 몇 년이 지나면 최저임금이 1만 원까지 올라가는데,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베트남으로 회사를 옮긴 뷰티·패션 분야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국내 복귀 의사가 없는 이유에 대해 13일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진출한 제조업체 1299개 사 중 0.4%(5개)만 한국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국내 복귀 기업은 87개에 불과하다. 중소기업 제조 분야 해외 투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는 2014년 14조9000억 원에서 2016년 12조1000억 원으로 18.7% 감소했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정부는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지원책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이 있지만, 유턴 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해외 법인 지분을 완전히 청산하거나 생산량을 50% 감축해야 하는 등 기준의 벽이 높다. 또 기업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보조금 규모가 작고 지급기한이 짧은 것도 문제다. 코트라가 해외진출기업 69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턴 기업 지원책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이 투자보조금(49.8%), 법인세 감면(45.7%)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같이 유턴 기업을 위한 경제 환경 조성은 미뤄둔 채 일부 대기업에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을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을 빚었다. 삼성전자의 베트남 휴대전화 제조공장 등이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고용 확대를 위한 정책의 앞뒤가 안 맞는 셈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김도읍(자유한국당) 의원은 “해외에 진출한 기업 상당수만 국내로 복귀해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강화하기는커녕 반기업 정책을 펴면서 되레 국내 기업들이 폐업을 고민하거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