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병기 전 국가정보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朴정부 국정원장 3명 모두 소환
특활비 상납 의혹 朴 조사 임박

박근혜 정부의 고비마다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맡으며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했던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원장은 앞서 소환조사를 받은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혐의(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원장 3명 전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검찰의 다음 타깃은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특활비 상납의 정점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해 국정원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경위와 경로를 추궁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 재임 시절 국정원의 상납액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 경위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이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취임했던 2014년 7월은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사건의 여파로 ‘국정원 개혁론’이 한창일 때였다.

또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 재직 시절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비서관)과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상납금 인상 요인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위상이 추락해 있는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 문제로 여러 가지로 내가 부담을 준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느냐’ 등의 민감한 질문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는 ‘유체이탈 화법’이란 지적을 받은 남재준·이병호 전 원장의 발언과는 결이 달랐다는 평가다. 국정원 활동을 섣불리 옹호하며 부정적인 국민 정서를 불러일으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앞서 조사를 받은 남·이 전 원장이 정작 검찰 조사에선 ‘청와대 지시’를 인정한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상납금을 공여한 국정원 쪽을 차례로 조사한 검찰은 이제 돈을 받은 청와대 관계자들을 두루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조만간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정무수석 라인은 구속된 ‘문고리 3인방’과는 별도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으로부터 매달 500만 원씩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