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홍준표(가운데) 자유한국당 대표가 1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오른쪽은 이철우 최고위원. 김호웅 기자 diverkim@

親李계 “큰 명분 통합 위해
작은 노선차이는 묻어둬야”
洪 “정치보복 함께 대응을”

與적폐청산에 저항 본격화
‘친박계와 분열 극복’ 과제
혁신명분 줄어 힘 약할수도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등 보수 진영에서 핵심 인사들이 현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맞서 보수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정치권이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위가 보수 진영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비판과 반발이라는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보수 대통합을 통해 정치적 맞대결에 나서겠다는 이들의 움직임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 두 계파의 묵은 감정이 여전한 데다 ‘보수 혁신’이라는 명분이 희미해지는 위험 부담이 있어 보수 통합 시나리오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비관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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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작업을 보수 대통합 촉진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여기는 움직임은 우선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움직임에서 두드러진다. 보수 야권의 분열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구속,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검찰 수사 등 과거 대북 안보 라인 청산에 이어 보수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할 이 전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13일 통화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명분은 통합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라며 “현 정부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북한 정권이 좋아할 만한 일을 하기 때문에 일단 통합을 위해서는 작은 노선 차이나 생각 차이는 다 묻어둘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당과 통합을 추진 중인 옛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현 정부 행태에 비판적인 건전 양심 세력이 대동단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수 통합론에 힘을 실었다. 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위 대변인인 장제원 의원 역시 “보수 진영을 궤멸시키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전직 대통령을 친다는 건 공작이나 다름없다”며 “힘을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친이계 인사들의 이 같은 행보는 이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앞으로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강연을 위해 바레인을 방문 중인 이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강연에서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국론 분열’로 비판한 이 전 대통령이 여기에 맞서는 전략으로 보수 진영을 향해 ‘국민 단합’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친이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쉽게 뭉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보수 정부 시절부터 시작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이어진 감정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오후 소집될 예정인 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탄핵에 찬성했던 인사들을 복당해줄 수 없다는 친박계 항의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홍 대표의 반박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보수 혁신을 외치던 비박(비박근혜)계가 여전히 친박계와 ‘동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점도 통합의 걸림돌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적폐청산 작업이 현 정권과 전 정권의 갈등으로 확산되면 결국 진보와 보수의 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대립이 격화할수록 ‘보수개혁’보다는 30%에 이르는 보수층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보수통합’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