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銅像이 무슨 죄 좌승희(왼쪽부터)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열린 동상 기증식에서 박근 전 유엔대사와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기증서와 동상 모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각 박정희 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은 기념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립은 절대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내일 탄생100돌 동상 건립 논란

박정희기념도서관에 설치놓고
진보단체 반발 실물 제막 못해
서울시의회도 “市有地” 제동
오늘 상암동서 기증서만 전달

“경제성장 기여 모두가 인정
정권 바뀌었다고 過만 조명”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1917년 11월 14일) 100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동상 기증 증서전달식이 열렸다.

동상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다른 곳도 아닌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설치하겠다는 것이지만 진보단체와 서울시의회 등의 반대에 부딪혀 당초 예정됐던 동상 제막식은 증서 전달식으로 대체됐다. 진보단체들은 이날 기념도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보수단체 등에서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의 공을 완전히 무시하느냐. 박정희 흔적을 아예 지우자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이날 오전 10시 기념도서관 앞에서 시민단체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동건추)으로부터 동상을 기증받는 행사를 열었다. 높이 4m 크기의 동상은 종로구 광화문 앞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바 있는 김영원 전 홍익대 조소과 교수의 작품. 이날 행사에는 동건추 위원인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조우석 KBS 이사가 참석했다.

그러나 이번 기증식은 제막식이 되지 못했다. 서울시의회에서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이 시유지 안에 있기에 심의·허가 없이 불법으로 동상을 건립해선 안 된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유재산에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서울시 동상·기념비·조형물의 건립 및 관리기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라 건립 신청과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는 재단이 동상 건립 심의를 요청하면 공공미술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설치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시는 그동안 시유지에 세워지는 조형물에 대해선 건별로 위원회를 만들어 심의했으나 ‘공공미술 설치 및 관리 조례’가 제정되면서 공공미술위원회가 모든 심의를 맡게 됐다.

위원회는 미술 전문가와 역사학자 등 12명으로 구성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상 등 역사적인 조형물의 경우 설치되는 장소와의 연관성, 동상이 표현하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 동상 자체의 심미성 위주로 심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은 지난해 말 광화문광장에 설립이 추진되다가, 진보단체의 거센 반발에 서울시 측에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혀 무산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이날 행사장 앞에서도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박정희 동상 설치 저지 마포비상행동’은 기념도서관 계단 앞에서 “박정희는 계승이 아니라 청산의 대상”이라며 “마포지역 모든 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 그리고 시민의 힘을 모아 박정희 동상을 막겠다”고 역설했다. 이들의 회견과 별도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사장을 찾아 기념재단 관계자를 만나려다 보수단체 인사들에게 밀려났다. 노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공과를 따졌을 때 과가 더 많은 사람”이라며 “민주주의 국가니까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을 순 있지만 잘못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다수가 박 전 대통령이 경제성장에 기여한 것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과만 조명하고 있다”며 “공과 과를 제대로 평가해야 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아·조재연·김도연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