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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E1·원더걸스·씨스타…
소속사 옮기고 다른 길 걷고
잘나가던 그룹들도 “굿바이”

‘최장 7년’ 계약기간이 발목
멤버간 개별활동 격차 생겨
보이그룹보다 팬·파워 취약

씨스타에 이어 미쓰에이도 해체되면서 ‘걸그룹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해체된 걸그룹만 줄잡아 5개 팀. 소위 ‘잘나가던’ 인기 걸그룹들이 잇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스트가 팀명을 하이라이트로 바꿔 활동을 연장하는 등 보이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걸그룹의 해체가 많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9일 JYP엔터테인먼트 측에 따르면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missA)의 민(본명 이민영)이 재계약하지 않으면서 팀을 탈퇴했다. 앞서 지난해엔 또 다른 멤버인 지아가 이미 팀을 떠난 상태. 남은 멤버인 수지와 페이는 각각 연기자와 솔로 가수로 활약 중이라 4명이 함께하는 활동엔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 5월엔 인기 절정의 걸그룹 씨스타도 헤어졌다. 지난 5월 말 마지막 앨범인 ‘론리’를 발표하며 일주일간 짧고 강렬한 방송 활동을 한 후 그룹으로선 영영 팬들과 이별했다.

2NE1과 원더걸스도 올해 초 해체의 길을 걸었다. 2NE1은 이미 지난해 해체 선언을 한 후 지난 1월 팬들을 위한 마지막 음원인 ‘안녕’을 발매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공민지는 지난해 새로운 소속사에 둥지를 틀었고, 박봄은 팀을 나갔다. 원더걸스는 2015년 새 멤버 혜림을 영입하며 부활하는 듯했으나 결국 소희는 연기자로, 예은과 선미는 다른 소속사로 이적하며 재결합이 무산됐다.

정상의 걸그룹이 해체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계약 기간 만료 때문이다. 2009년 도입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에 의하면 아이돌 그룹의 계약 기간은 최장 7년을 넘을 수 없는데 이는 결국 그룹의 ‘평균 활동 수명’이 되고 말았다. 미쓰에이, 씨스타는 모두 2010년 데뷔한 그룹으로, 계약이 종료되는 7년 만에 어김없이 해체를 맞았다.

그렇다면 계약 기간을 연장하면 될 텐데 여기서부터는 개별 활동이 걸림돌이 된다. 오랜 연습생 생활을 거친 아이돌은 춤과 노래 외에도 다양한 재능을 보여준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등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미쓰에이의 수지는 연기자로 맹활약하고 있고, 페이는 이미 솔로 앨범을 내놨다. 씨스타의 효린과 소유는 솔로 앨범을 내고 버라이어티와 예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멤버 간 활동의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한다. 활동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돼 굳이 모여서 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것이다.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의 해체가 더 많은 것은 대중문화 소비 패턴의 차이에서 비롯한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의 활동 기간이 짧기에 브랜드 파워나 팬덤도 취약한 편이다. 실제로 ‘프로듀스 101’을 통해 선발된 걸그룹 아이오아이와 보이그룹 워너원만 비교해봐도 알 수 있다. 워너원이 스케줄과 수입, 팬클럽 회원 수에 있어서 아이오아이의 2배를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또 20대 초반에 시작한 걸그룹이 7년 활동 후 30대에 접어들면 일과 사생활 중 선택을 강요받기도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걸그룹의 수명이 보이그룹보다 짧으니까 상대적으로 팬덤도 약한 편”이라며 “여성과 남성에 대한 대중의 소비 패턴이 다른 것에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