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이른바 ‘MBC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국가정보원과 교감하며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을 퇴출하고 기자·PD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구속을 면했다. 김 전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국정원의 ‘공영방송 장악’ 의혹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김 전 사장의 구속과 별개로 국정원의 ‘정치 공작’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검찰은 자신하고 있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구속영장심사를 마친 뒤 10일 새벽 김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사실관계에 대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된 점, 피의자의 직업·주거 등에 비춰 도망의 염려가 크지 않은 점, 주요 혐의인 국정원법 위반죄는 원래 국정원 직원의 위법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그 신분이 없는 피의자가 이에 가담하였는지를 다투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를 구속할 이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전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아 김미화 씨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PD 등을 업무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사장의 영장 기각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실체 없는 의혹 부풀리기와 방송 장악 시도에 대해 법원이 결단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이 국정원의 각종 ‘적폐’ 수사에 대해 국정원 직원과 청와대 등 국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 구성원에 대한 영장은 발부하되, 이들의 ‘지시’를 받고 움직였거나 ‘조력자’의 경우는 영장 발부를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