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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賞 황희 군

정성윤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황희입니다.

1학년 때 저희에게 자주 하셨던 “남자끼리 이러는 거 아니다”라는 말씀이 기억이 나서 연필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며 망설였습니다. 정말 쑥스럽지만 용기 내어 적어 봅니다.

저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단 한 번도 남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었던 적이 없습니다. 그저 남자 선생님이 무서워서 학교 건물을 빙 둘러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저의 중학교 첫 남자 담임 선생님이셨죠.

사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고, 잊을 수도 없습니다. 작년 2월 어느 날, 배치고사를 치르던 날입니다. 복도에서 들려오는 선생님의 우렁찬 목소리, 교실 문을 벌컥 열며 이리저리 살펴보시던 매서운 눈빛, 금방 폭발할 것만 같은 헤어 스타일,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저는 가슴이 쿵쾅쿵쾅,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제발 저 선생님만 안 만났으면 좋겠다. 저 선생님만 담임 선생님이 안 되었으면 좋겠다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성함을 몰랐던 저는 입학하는 날 아침까지도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 갔습니다. 남학생만 다니는 시커먼 세상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을 소개해 주는데, 두둥! 바로 그분이 선생님이셨습니다. 순간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나 어떡하지?’

입학하고 며칠을 끙끙거리며 학교를 다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역시나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선생님께서 무뚝뚝하게 던지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저희를 얼마나 아끼시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죠. ‘너희 인간(人間) 만들어 주겠다.’ 그 말씀 그대로 성적순이 아닌 사람의 됨됨이, 사람과 사람 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를 그렇게 대해주셨죠. 선생님 앞에서 늘 긴장하고 말수가 적었던 저를 어떻게든 웃게 하려고 반 친구들과 장난치셨던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선생님, 작년에 제가 친구 때문에 힘든 일 겪었을 때 기억하세요? 어떻게 말씀드릴까. 말씀드리면 내 말을 들어주실까. 며칠을 고민했었습니다. 선생님이라면 저를 이해해주실 거라 믿었죠. 그때 선생님께서는 제 말을 놓치지 않고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온전히 제 편이 돼 주셨습니다.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릅니다. 마치 제 등 뒤에 힘센 건담 로봇이 우뚝 서 있는 심정이었습니다. 천하무적이 된 기분이었죠.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얼마 전 선생님께서는 한동안 수업 시간에 들어오시지 않으셨습니다. 아니, 학교에 나오시지 않으셨죠. 다른 선생님들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선생님께서 많이 편찮으시다고. 남자들끼리 생활하는 우리는 선생님을 걱정하는 말조차 꺼내기가 민망했습니다. 그저 ‘오늘도 안 오셨네’ 이 말로 대신했죠. 빨리 나으셔서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제발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건강해진다는 것을 느끼며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항상 저희의 커다란 버팀목이 돼 주셔서 고맙습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