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후원금 3억 용처 수사
상금·홍보비 등 감안해도
상당액은 사용처 불분명
오늘 비서관 등 영장청구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 원 가운데 일부를 빼돌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의원 당시 비서관 윤모 씨 등에게 이르면 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e스포츠협회가 주최한 대회 후원금 명목의 3억 원 중 실제 대회 운영에 쓰인 돈은 많지 않고 상당수를 윤 씨 등이 유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게임업계와 별다른 인연이 없던 롯데홈쇼핑이 대회 후원을 하게 된 배경을 수사하는 한편, 윤 씨 등이 빼돌린 돈이 전 수석에게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롯데홈쇼핑이 후원한 3억 원 중 실제 ‘케스파컵’의 상금 규모가 2500만 원에 불과하고 마케팅과 홍보 비용, 대회 운영 실비 등을 감안해도 상당수의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에 들어간 3억 원 중 일부가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e스포츠협회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과정과 협회 자금 횡령 부분 등과 관련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전날 오전 7시쯤 체포한 윤 씨 등에 대해 이틀째 조사를 이어갔다. 이들은 롯데홈쇼핑이 2015년 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 원 가운데 1억10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빼돌린 돈의 사용처와 이 과정에서 전 수석에게 보고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검찰은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재승인을 앞두고 ‘잘 봐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윤 씨를 찾아갔다가 전 수석이 당시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액수가 너무 많아 3억 원으로 절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석은 한국e스포츠협회 회장을 계속 맡아오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 규정에 따라 2015년에는 명예회장으로 있다가 이후 다시 회장직을 맡았다. 아직 전 수석에게 돈이 흘러간 정황이나 전 수석이 관여한 부분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수사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전 수석의 보좌진을 동시에 체포한 것은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 수석은 검찰 수사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심정”이라고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