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對美 투자·구매액 5년간 83兆

6월 정상회담 때보다 액수 늘려
美 시장 공략 위한 다목적 포석

국내 주요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대(對)미국 투자와 구매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통상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최대 시장인 대미 통상 환경이 악화하지 않도록, 국내 기업들이 투자와 구매 등을 실행에 옮겨 양국 간 통상 마찰을 줄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민간 경제 외교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1년까지 향후 5년 동안 회원사 60여 개사가 미국 시장에서 총 748억 달러(약 83조4000억 원) 규모로 투자와 구매를 집행한다. 이는 지난 6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한 경제인단(52개사)이 같은 기간 총 352억 달러(약 40조1000억 원)가량 투자·구매하기로 한 규모의 두 배에 달한다.

재계가 몇 달 새 대미 투자·구매 규모를 두 배 수준으로 늘린 것은 미국 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현지 시장 공략을 노리는 전략적인 결정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재계의 행보가 미국의 통상 압력을 줄여주는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본 등 미국 시장을 둘러싼 수출시장의 경쟁구도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철강·세탁기·반도체 등 수출 업종 전반에서 미국 정부 측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경제적 우방이기도 한 두 나라가 공조를 극대화하고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차질을 빚지 않도록 미국 측 정부 인사들에게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한상의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국내 재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 측에 “한국 주요 기업들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와 구매가 이뤄지면 양국 간 무역 불균형 문제는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미국의 성장 잠재력을 제고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면서 “호혜적인 시장 접근과 통상 기회 창출에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