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도외시한 ‘취학권역별 설립 인가’

인천전역을 30개 권역 나눠
여러 洞 묶어 세부적 불균형

정원 못 채운 지역에 또 신설
일부선 입학 못 시켜 발 동동
유아들 車 타고 30분 통학도

사립 유치원의 무분별한 난립을 막기 위한 ‘취학권역별 유치원 설립인가’ 제도가 오히려 특정 지역에 유치원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부 사립유치원의 경우 내년도 취학 원아 모집에 정원도 못 채우는가 하면, 반대로 수년째 신규 사립유치원 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대기표를 뽑고 수백 대 일의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불편을 감내하고 있다.

8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의 ‘유아수용계획 수립 지침’에 따라 인천지역 전체를 30개 권역으로 나눠 학부모 수요조사를 통한 신규 사립유치원 설립 기준을 발표했다. 오는 2019년까지 주민등록통계를 기준으로 유치원 학령 아동수를 반영하고 해당 지역 학부모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다. 이 기간 신규 사립유치원 설립이 가능한 곳은 부평구 부평 1동과 3동, 산곡 1~4동, 청천1·2동, 십정 1·2동을 한 권역으로 하는 8권역과 계양구 계산 1~4동과 계양 1~3동의 11권역 등 모두 11개 권역이다. 문제는 동 단위 행정구역을 같은 취학권역으로 하는 초등학교와 국·공립 병설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의 경우 여러 개 동을 한 권역으로 묶어 인가를 내주다 보니 취학 아동이 많은 아파트 밀집지역에만 신설 유치원이 몰린다는 것이다. 실제 신규 사립유치원 설립 인가를 받은 8권역의 경우 아파트 밀집지역인 산곡동에만 유치원 11곳이 몰려 있어 올해 600여 명 미달사태를 빚었다. 하지만 내년 이곳에 204명 정원의 유치원 2곳이 신설된다. 반면 같은 권역의 십정동에는 사립유치원이 단 한 곳뿐이지만 수년째 유치원이 신설되지 않아 국·공립 병설유치원 입학에 탈락한 학부모의 경우 차로 30여 분 거리에 아이를 통학시키거나 유치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형편이다. 11권역의 경우도 한 지역에만 14개 사립유치원이 몰려 있어 올해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도 내년 정원 202명의 사립유치원이 새로 설립 인가를 받았다. 이처럼 사립유치원 쏠림 현상이 나타나자 인천사립유치원연합회 북부분회 회원 20여 명은 지난 7일 시교육청 앞에서 사립유치원 추가 설립인가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민간이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의 경우 특정 지역을 지정해 인가를 내줄 수 없다”면서 “앞으로 권역을 보다 세분화해 어느 한 곳에만 사립유치원이 몰리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