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업체에 372억원 과징금
“조사기간 부족”…또 변명만
“전속고발권 독점 풀어야”지적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완성차의 핵심 부품 낙찰가를 담합(카르텔)한 미국과 일본 회사에 37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늑장 조사’로 검찰 고발 조치 관련 공소시효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 8월에도 국내 완성차의 국제 해상운송 담합 사건 공소시효를 넘기면서 ‘조사 기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7일 공정위에 따르면, 자동차 연료펌프와 가변밸브타이밍(VVT)을 공급하는 3개 업체의 3년간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적발, 37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연료 펌프는 차량 시동을 걸 때 연료를 엔진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면서 소비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품으로, 입찰 담합은 일본 덴소코퍼레이션과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현담(일본계 회사) 세 업체 간에 이뤄졌다.

담합 과정에서 덴소와 덴소코리아는 VVT 국내 시장을 함께 양분하고 있는 미국계 델파이파워트레인과도 접촉했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이들 업체는 완성차업체의 가격 인하 압박에 대응해 수익성 저하를 막기 위해 서로 짠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관련 완성 자동차 부품의 연간 매출액은 3900억 원대로 3년간 과징금 372억 원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공정위 과징금 공소시효 12년과 비교해 검찰고발 공소시효 5년은 매우 짧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 8월에도 일본, 노르웨이, 칠레, 이스라엘 등 9개 해외 업체를 적발해 과징금 43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거나 15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검찰에 고발 조치를 하면서 늑장조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속고발독점권은 공정거래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피해 업체들이 적정 배상과 처벌을 하지 못한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전속고발독점권을 폐지해 피해 당사자가 검찰에 바로 고발할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속고발독점권 폐지로 인한 소송 남발을 방지할 보완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공정위가 사건 처리 전 관련 자료나 정보를 독점하고 놓지 않으려는 ‘배타적 자세’가 늑장처리에 한몫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 일부 조사관은 “고발·통보만 하면 할 일을 다 한 것 아니냐”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공정위가 정작 해야 할 본연의 일에는 늑장으로 대처하면서, 기업들을 옥죄는 일은 초고속으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