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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80개국이 비준한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9·10조 이행 가이드라인은 당사국에 담배 제품의 맛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는 성분을 제한 또는 금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열린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캡슐 가향담배와 같이 담배의 매혹도를 높이는 담배 제품 디자인에 대한 규제가 권고돼야 한다는 결정문이 채택됐다.

기획재정부는 내년 초 발의할 계획인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가향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재부는 가향담배 판매를 즉시 금지하기 어려우면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향담배 판매금지를 뒤늦게 검토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와 달리, 다른 나라에선 이미 가향담배를 제재했거나 추가 제재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필터·종이에 가향하는 것을 비롯해 캡슐을 사용해 가향하는 것을 금지했다. 다만, 멘톨은 시장점유율이 3% 이상이어서 단서조항에 따라 2020년부터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미국은 2009년부터 멘톨을 제외한 바닐라, 초콜릿, 체리 등 특정 향을 함유한 담배의 제조·마케팅 및 판매를 일절 금지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멘톨이 청소년 흡연의 주범이라며 멘톨 판매 금지도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거의 모든 주에서 청소년을 겨냥한 과일·사탕 향을 함유한 궐련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 3월 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향물질 캡슐’을 사용한 담배의 제조와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담배협회는 “가향물질 캡슐은 담배의 구성품 중 하나로 금지할 경우 담배사업자의 영업권 및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므로 개정에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문옥륜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금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미 유해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가향담배는 규제정책을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