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북적북적’ 2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카페·레스토랑 등으로 개조된 다채로운 한옥들을 구경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전통·현대 조화된 익선동

마당·기와 등 전통 모습 간직
서양 유리·타일은 보완재로

청년들 음식점 열며 명소 각광
한옥 개조 카페 사람들로 붐벼
‘인문 재생계획’ 사업 선정도

2일 서울 지하철 3개 노선이 지나는 종로3가역 4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편에 나 있는 골목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평소 많은 유동인구로 붐비는 서구적 상업지구의 중앙에 늘어서 있는 한옥들이 기자를 맞았다. 최근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종로구 익선동 ‘한옥마을’이다.

이곳은 조선시대 ‘정선방 익동’이었다가 익동의 ‘익’과 정선방의 ‘선’을 합해 오늘날 현재의 지명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초 도시형 한옥마을로 개발된 이후 100여 년간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걸으면 꽉 찰 정도로 비좁은 골목 3개를 끼고 보존된 목재 전통한옥 110채는 전통과 현대적 가치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매력을 뽐냈다. 먼저 ‘대문 문고리 이상 담을 쌓지 않는다’는 한옥의 건축 원칙이 그대로 지켜졌고, 마당과 온돌방, 대청, 기와 등 전통적 모습이 보존돼 있었다. 서양 주택에 쓰이는 유리와 타일은 세련미를 높이는 보완재로 쓰였다. 한옥을 개조해 선보인 음식점은 쓰레기로 버려져야 할 오랜 자개장을 탁자로 재탄생시켰고, 한옥 3채를 합친 공간에 진귀한 식물들을 모아 식물원처럼 꾸민 카페에는 평일 오후임에도 많은 젊은이로 붐비고 있었다.

익선동 한옥마을이 전통과 현대적 요소가 결합된 명소가 된 계기는 ‘서울시 도시개발계획 사업’의 무산으로 인한 젊은이 유입이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 중인 천명수(61) 성도컨설팅 대표는 “익선동이 지난 2005년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인근의 종묘와 창덕궁 때문에 엄격한 개발제한 규제가 적용된 데다 난개발을 우려한 서울시와 일부 주민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결국 2014년 사업이 무산됐다”며 “사업 무산이후 전통의 가치에 주목하던 젊은이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한옥에 접목시키면서 새로운 번화가가 됐다”고 말했다. 천 대표에 따르면 익선동 한옥에서 외식업을 시작한 첫 3명은 모두 30대 젊은이라고 한다.

서울시도 이 지역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창덕궁 앞 역사인문재생계획’ 사업 대상지로, 주민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고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