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0월 25일 강원 양구군 펀치볼 쌍둥이농장에서 한마음고교 재학생들이 사과 따기 체험행사를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6) 강원 양구 - 배꼽 잡는 양구 농촌체험 여행

오유밭길·먼멧재길 등 73㎞
화채그릇 닮았다 해서 ‘펀치볼’
야생화 군락지 사람 발길 적어
능선 너머로는 북한땅도 보여

곳곳에 시래기·인삼·사과밭
을지전망대 서면 금강산이…
유리 전동차 타고 땅굴구경도

강원 양구군은 아직은 낯선 여행지다. 강원도로 여행을 갈라치면 가까운 거리에는 춘천이 있고 조금 더 시간을 내면 속초와 강릉이 있다. 양구는 국토 정중앙에 있다. 한반도 동서남북의 끝을 기준으로 위도와 경도가 교차해 두 선이 만나는 곳이 양구다. ‘한반도의 배꼽’인 셈이다. 양구는 그동안 북한과 가까워 외지인들에게 곁을 잘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생태체험과 안보관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양구가 주목받고 있다. 양구에서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강원 양구군 펀치볼 마을 내 오유밭길 초입. 충남 천안에서 온 한마음고등학교 재학생과 인솔교사 40여 명이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문화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양구군과 손잡고 펼치는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캠페인의 하나로 4박 5일 일정으로 체험여행에 나섰다.

이미지 크게보기 10월 25일 강원 양구군 펀치볼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을지전망대에서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에 참가한 한마음고교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이날 이들이 걸은 길은 ‘비무장지대(DMZ)펀치볼 둘레길’의 일부분이다. 국토 최북단에 있는 DMZ펀치볼 둘레길은 총 73㎞로 평화의 숲길, 오유밭길, 만대벌판길, 먼멧재길 등 네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오유밭길을 걷다 보면 양구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능선에 서면 ‘펀치볼’이란 별칭으로 유명한 해안분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펀치볼은 6·25전쟁 당시 유엔 종군기자가 분지 모양 지형이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펀치볼은 분지 하나가 1개 면을 이룬다. 해안면 전체 면적은 여의도의 6배 크기다. 넓은 분지를 도솔산, 대암산, 가칠봉 등 높은 산들이 에워싸고 있다.

휴전선과 DMZ를 품고 있어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만큼 원시 자연도 잘 보존돼 있다. 능선과 계곡을 오르내리다 보면 야생화 군락지가 흔하게 눈에 띈다. 봄에는 은대난초, 눈승마, 금강초롱, 투구꽃, 남산제비꽃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격전지였던 상흔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능선 너머로는 북한 땅도 보인다. ‘지뢰주의’ 표지판도 곳곳에 있다. 숲길체험지도사와 동행해야 둘레길을 걸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펀치볼 마을은 격전지였던 만큼 오래된 집을 찾아볼 수 없다. 북한 접경지역인 마을 정중앙에는 1970년대 지어진 ‘선전용 가옥’도 있다. 파란색 지붕을 얹은 선전용 가옥 10여 채는 모두 북향이다.

능선 아래로 시선을 두면 넓디넓은 시래기밭과 인삼밭, 사과밭이 군데군데 보인다. 양구는 국토 최북단 사과재배지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사과 재배선이 휴전선 아래까지 올라왔기 때문이다. 양구 사과는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큰 덕분에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져 새콤달콤하다. 펀치볼 쌍둥이농장에서 사과따기 체험에 참가한 우현식(18) 군은 “농산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수확하면서 내가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면서 “지역마다 다른 향토 음식을 접하면서 우리 땅 곳곳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안보관광지로는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이 꼽힌다. 가칠봉 산등성이에 올라가면 을지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북한 산야와 휴전선 등이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금강산도 볼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는 1990년에 발견된 북한의 제4 땅굴이 있다. 투명유리로 덮인 20인승 전동차가 운행돼 다른 땅굴에 비해 편리하게 관람할 수 있다. 성정윤(17) 군은 “양구군 곳곳에서 남북 분단의 현실을 직접 보면서 전쟁의 아픔과 안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수근미술관과 국토정중앙천문대 등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도 다양하다. 양구는 화가 박수근이 나고 자란 곳이다. 2002년 생가터에 미술관이 조성됐다. 미술관은 박수근의 유품과 습작, 판화 등이 전시된 기념전시실 두 동과 기념품 판매장으로 나뉜다. 미술관 주변 아기자기한 정원과 숲길은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천문대에서는 밤하늘과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다. 태양계, 은하, 우주 등 천문학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전시교육실과 전망대 휴게실도 마련돼 있다.

양구=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