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새 관장에 주진오(60)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진보 좌파 차원을 넘어 사실상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까지 부정(否定)해온 학자를 대한민국 최초이면서 유일한 국립 근현대사 박물관의 수장으로 내세웠다. 어이없는 일이다.

주 교수가 대표 필자였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서술이 적나라한 예다.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적시한 교육부의 집필 기준을 무시하고 ‘선거가 가능했던 38도선 이남 지역에서 정통성을 가진 유일한 합법 정부’로 규정했다. 38도선 이북의 북한도 대한민국과 마찬가지의 합법 정부라고 인정한 셈이다. 그러고도 집필 기준에 그런 내용은 없다고 우기는가 하면, 방송에 출연해 “그 표현은 맞는 사실”이라고 거듭 강변하기도 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고 명시한 헌법 제3조 취지마저 거스른 것과 다름없는데도 교육부의 시정명령조차 거부하며 명령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교과서는 북한의 1950년대 천리마운동 포스터를 소개하며 ‘주민에게 혁명 의식을 불어넣어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려고 하였다’고 설명하는 식으로, 다른 좌 편향 교과서들과 함께 북한을 실상 그대로 전하기보다 장밋빛 이미지로 왜곡한 부분이 수두룩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학자는 어떤 견해든지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교과서에 대한민국을 폄훼하며 헌법 가치를 흔드는 서술이 허용될 순 없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발전한 우리나라의 행보를 기록하여 후세에 전승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면서 사회통합을 이뤄 국가 미래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하려는 공간’으로 2012년 개관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직도 다르지 않다. 문 정부는 지금이라도 주 관장 임명을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