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P 파리 마스터스서 격돌
정현, 팽팽한 접전 끝 0-2 패
투지 넘치는 플레이 눈길잡아

나달, 랭킹포인트 1위 확정
31세… 1973년 이후 최고령
작년 부상 딛고 완벽한 부활

2017년 남자테니스의 ‘넘버원’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이 정현(21·한국체대)을 극찬했다.

나달은 2일 오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 단식 2회전에서 정현을 2-0(7-5, 6-3)으로 꺾었다.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2-5까지 끌려가다가 내리 세 게임을 따내고 5-5에서 브레이크 포인트까지 잡는 등 나달을 괴롭혔다.

나달은 경기 직후 “정현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닌 훌륭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나달은 2회전이 끝난 뒤 신발 끈을 고쳐매다가 팬들이 퇴장하는 정현에게 보내는 환호 소리를 듣고 정현에게 박수를 보냈다. 정현이 코트를 떠날 때 많은 팬이 기립 박수로 보냈다.

정현은 지난 4월 바르셀로나오픈에서도 나달에게 0-2(6-7, 2-6)로 패했다. 당시에도 나달은 정현에게 “좋은 선수가 될 자질을 지녔다”고 칭찬했었다. 나달은 서브 평균 시속 182㎞, 최고 시속 199㎞였고 정현은 평균 180㎞, 최고 195㎞로 대등했다.

세계 55위 정현은 지난 9월 개인 최고인 44위까지 오르는 등 2014년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있으며 오는 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엔 21세 이하 상위 랭커 8명이 참가한다. 정현이 남자테니스의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나달은 3회전에 진출하며 랭킹포인트 90점을 확보, 합계 1만555점으로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9005점)를 1550점 차이로 제치고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올 시즌 1위를 확정했다.

나달의 세계 1위 등극은 진기록을 남겼다. 1986년생으로 올해로 31세인 나달은 ATP투어가 세계랭킹 시스템을 도입한 1973년 이후 1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최고령자가 됐다. 종전 최고령 1위는 지난해의 앤디 머리(영국)로 29세(1987년생)다. 나달은 또 2008년, 2010년, 2013년 이후 개인 통산 4번째로 세계 1위에 올랐다. ATP투어는 “나달이 1위로 시즌을 마친 건 2008년이 처음이고 9년이 지난 올해도 1위로 시즌을 끝낸다”고 설명했다.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3회전에서 왼쪽 손목 통증으로 기권했고, 10월 잔여 대회 출전 포기를 선언했다.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2회 우승에 그치며 세계랭킹은 9위까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나달은 올 시즌 화려하게 재기했다. 올 시즌 10차례 결승에 올라 6번 우승했고 66승 10패, 0.868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오픈 정상에 올라 프로의 메이저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후 처음으로 단일 메이저대회 단식 10회 우승이란 이정표를 남겼고 US오픈까지 석권, 메이저 우승컵 2개를 품었다.

나달은 지난 8월 22일 머리를 밀어내고 세계 1위에 올랐다. ATP투어에 따르면 전년도 세계 9위에서 1위로 뛰어오른 건 2002년 세계 10위에 머물다가 2003년 1위에 올랐던 앤디 로딕(미국)에 이어 나달이 두 번째다.

나달이 올해 세계 1위를 확정하면서 페더러(2004∼2007년, 2009년)와 머리(2016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2011∼2012년, 2014∼2015년) 등 남자테니스 ‘빅4’는 2004년부터 14시즌 연속 세계 1위를 독점했다. 나달은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특히 지난 시즌 부상을 이겨내고 거둔 성과기에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나달은 “1위를 확정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