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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賞 김예진 양

내 친구, 손승희 선생님께

2년은 긴 시간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지나갔네요. 올해도 학교 연못가에 살구 꽃잎이 눈처럼 내려오면 또 한 학년이 지난 걸 알게 됩니다. 정신없는 3월이 끝나가니까요. 문득 5학년이 된 걸 이제 실감하게 됩니다.

3학년이 되던 첫날에 여자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어 기뻤습니다. 저희 반은 남자만 다섯 명이고, 여자는 저 혼자라서 전 선생님이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좋았습니다. 혼자 노는 게 너무 싫었으니까요. 벽지학교엔 늘 남자 선생님만 많았는데 선생님처럼 긴 머리 여자 선생님이 웃으며 반겨주셔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어졌어요. 대답도 잘 안 하고 혼자 서성이며 보내던 학교. 다들 저를 소심하고 말수 적은 화난 애 같다고 놀렸었는데 선생님과 2년을 보내고 나니 이젠 학교에서 제 목소리가 젤로 큰 거 같아요. 선생님과 떠난 산속 모험도 기억나고, 송사리 잡으러 갔다가 한 마리도 못 잡고 투덜거리고, 메뚜기 잡겠다고 논둑을 달려가기도 했죠. 그냥 같이, 뭐든 같이 해주시는 선생님이 전 친구 같았어요. 비밀 얘기도 살짝살짝 하면서 많이 친해졌는데….

이제 선생님이 다른 학교에 가신다니 전 또 혼자가 될까 봐 벌써 속상해져요. 그냥 이 학교에 더 계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과 함께 만든 떡볶이, 사실은 완전 맛없었어요. 선재도 그런 맛은 절대 평생 못 잊을 거랬어요. 푸하하하. 그렇지만 전 그냥 좋았어요.

눈싸움할 때, 물총놀이 할 때 저희가 선생님만 공격해서 삐치신 건 아니시죠? 선생님이 제일 힘이 세잖아요. 그래도 늘 화도 안 내시고 웃기만 하시는 선생님은 완전 좋은 제 친구였어요.

선생님! 꼭 다시 만나요. 늘 시무룩하던 제가 여자 깡패 예진이가 되었으니까 우리 꼭 다시 만나기로 약속해요! 감사했고 늘 사랑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