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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안나 카레니나’ 오늘 개막

5일까지 예술의전당서 열려
평창 문화올림픽 사업 일환
제작비 20억원… 기대 모아

똑바로 앞을 바라보는 시선과 일그러진 표정·뒷걸음질 치는 발동작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19세기 러시아 상류사회 귀부인이라는 현실에 얽매여있지만 애인을 향한 격렬한 감정으로 갈등하고 끝내 파멸하는 안나 카레니나.

국립발레단(단장 강수진)은 이를 다룬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를 욕망과 격정의 발레로 무대에 옮긴다. 평창 동계올림픽 ‘D-100’인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하는 발레단의 신작 ‘안나 카레니나’다. 평창 문화 올림픽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비 20억원이 투입돼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평창 동계 올림픽 시즌인 내년 2월 10~11일에는 강릉 올림픽아트센터에서도 공연된다.

지난 31일 언론에 사전 공개된 전막 리허설(사진)을 통해 베일을 벗은 안나 카레니나. 유부녀인 안나와 그의 젊은 연인 브론스키의 불꽃 같은 사랑, 그 결과 사교계에서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 찍히고 가족이라는 안식처도 잃은 안나의 비참한 말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드라마 발레이기 때문에 무용수에게 수준 높은 연기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은 주인공들의 눈빛과 표정 등 섬세한 감정표현에 주력했다. 독일에서 제작해 공수한 19세기 러시아풍 의상의 화려하면서 우아한 분위기도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인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은 작품에서 고전 발레와 모던 발레의 매력까지 더해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빼앗긴 키티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레빈의 독무는 현대무용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준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와 비톨트 루토슬라프스키의 음악이 안무와 어울려 울려 퍼지며, 공연 중간 중간에 성악도 곁들여진다.

다만 인물들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 배경과 소품 등은 다소 단조롭다는 느낌까지 줄 수 있을 만큼 흑과 백 위주로 심플하게 구성됐다. 무대 위에서 표현하기 힘든 공간의 변화는 뒷 편에 마련된 이동식 천막에 영상을 띄우는 형식으로 표현된다. 국내에서 발레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통상 10억원 안팎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두 배에 가까운 이번 작품의 제작비는 무대 장치보다 저작권료와 의상비 등에 상당 부분 소요됐다고 한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