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고명중 1학년 학생들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역보험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제공

- 무역보험公 진로 체험 프로그램

외국어 능력·유연한 사고력 등
무역 관련 직업군 인재상 설명
“공공기관의 중요성 알았어요”

“157조 원이요? 무역 사기를 치는 외국인이 그렇게 많은가요?”

지난 10월 25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고명중학교 자유학기제 진로 체험 프로그램에서 구회진 과장이 무역보험공사의 누적 지원 실적이 총 157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하자 아이들이 깜짝 놀라며 이렇게 물었다. 구 과장은 “무역보험은 수출 사고가 생긴 데 따른 지원뿐만이 아니라 수출에 필요한 신용보증 등 다양한 지원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무역보험이 무엇인지, 무역보험공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교육받고 체험하는 이날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명중 1학년 17명은 반짝이는 눈으로 강사의 말에 집중했다.

구 과장은 연신 학생들이 친근하게 느낄 주변의 사물과 일화들을 예로 들며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역보험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 감각·외국어 능력·유연한 사고력 등 무역 관련 직업군이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이어졌다.

오경탁(13) 군은 “공무원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면서 “오늘 수업을 들으면서 경제·무역의 중요성을 알게 됐는데, 앞으로 경제정책을 만드는 공무원이 돼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도록 뒷받침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사장 문재도)는 정부의 자유학기제 시행에 발맞춰 우리 기업의 수출과 금융 성장의 밑거름을 강화하고 무역 꿈나무를 육성하는 프로보노 활동의 하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학생 대상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올해는 대상을 8개 중학교(약 175명)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의 자유학기제 진로 체험 프로그램은 한국 대표 수출신용기관의 전문성을 활용해 중학생 수준에 맞춘 무역·무역보험 소개 및 진로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는 무역보험 교육과 부서 업무 체험 등 2개 교시로 운영된다.

무역보험 교육을 위해서 특별히 ‘알고 나면 재미있는 무역과 무역보험 이야기’ 교재도 직접 제작했다. △경제·무역 개념 이해 △보험과 무역보험 이해 △무역 종사자에게 필요한 역량 소개 등으로 구성됐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은 아직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해 교육하고, 무역보험이라는 게 한국 경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차례로 설명하고 있다”면서 “중학생 수준에 맞춘 교재가 없어 직접 제작해 눈높이에 맞춘 교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학교 교육과정에는 들어가 있지 않은 부분이라 학생들이 경제와 우리나라 무역구조에 대해 배우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어진 업무 체험 시간에는 무역보험 심사체계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해외 수입자의 신용도를 평가하고 무역보험 한도를 부여하는 특별한 체험 활동을 벌였다. 미국 기업신용정보평가회사 던 앤드 브래드스트리트(Dun&Bradstreet)의 ‘스타벅스’에 대한 실제 신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무분석·기업평가를 해보고 스타벅스에 총 얼마까지 한도를 책정할 것인지 스스로 정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설명했다. 아이들은 일일 무역보험공사 직원이 되어 진지하게 신용평가를 매겼다.

박선우(13) 군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서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정말 망하는 건 줄 알았는데, 기업이 모든 걸 다 떠안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돕고 있다는 걸 알게 돼 신기했다”면서 “특히 직접 평가도 해볼 수 있어서 재밌고, 앞으로 좀 더 경제에 관심을 두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업무 체험을 지도한 신동금 제도기획팀장은 “경제를 어렵게만 생각하고 관련 직업에 대해 잘 몰라 이에 대한 진로 고민을 하지 못한 채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면서 “이번 진로교육으로 많은 학생이 한국 경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 진로에 대해 다양한 선택지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역보험공사는 앞으로 고등학생 등으로 무역보험 교육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비영리 청소년 교육기관인 JA코리아(Junior Achievement Korea)와 연계하여 초등학생·중학생 대상 경제 교육을 진행, 예비 무역인을 양성하고 있다. 올해는 직원들이 성일중학교를 직접 방문해 일일교사로서 경제·무역 기초 교육도 진행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