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자료 ‘가계동향조사’를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
통계청 “저소득층 혜택 커져”

전문가들 “기준 상향될 경우
文정부 복지예산 더욱 커져
미래세대 감당못할 빚 안겨”

정부가 복지예산의 기준인 ‘중위소득’의 기초 자료를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을 위한 ‘적자(赤字) 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여기에 중위소득 기준까지 상향조정될 경우 정부의 복지예산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크다. 산 정상에서 굴린 눈덩이가 점점 커져 도저히 막을 수 없게 된다는 이른바 ‘스노볼 효과(Snowball Effect)’다.

학계 등 전문가들은 “복지 예산 체계를 다시 설계하거나 세금을 대폭 올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재정 부담을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31일 통계청 관계자는 “앞으로 중위소득의 기준 자료가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변경될 것”이라며 “그동안 고소득자 소득의 반영이 미흡했지만, 자료 변경으로 소득 분배 지표들이 현실화하면 이전보다 중위소득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위소득이 올라가면 2019년 예산부터 저소득층이 더 많은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계동향조사는 조사대상 전국 9000 표본가구가 월 단위로 소득을 직접 가계부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반면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소득과 지출, 부채 자산을 물어보는 질문지를 이용하는 연간 조사다. 이에 따라 소득에 대한 개념이 다르다. 가계동향조사는 매월 수입과 지출을 기록해 사업자의 경우에는 불안정하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연간 소득이라 순소득 개념이다.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지니계수, 소득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중위소득 50∼150% 미만 비율 등 소득분배 지표를 발표해 오고 있다. 앞으로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지출조사’로 개편하고, 소득 관련 자료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중위소득은 문재인 정부의 360여 개의 복지예산의 기준 자료로 매우 중요한 수치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최저생계비’를 대신해 복지사업의 기준 자료로 중위소득을 채택하고 있다. 또 ‘소득분위’와 ‘가구 평균 소득’ 등 다른 기준들 역시 중위소득으로 대체해 복지사업의 기준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이다. 특히 전체 사회의 경제 여건을 반영하고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상대적 빈곤 문제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늘어난 복지예산의 확대에 따른 재정악화는 피할 수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위소득 기준이 상향 조정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복지예산 증가는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 날 수 있다”며 “현재 세대의 복지를 늘리느라 미래 세대에게 감당하기 힘든 빚을 물려주는 상황을 막으려면 장기 재정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