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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실리콘밸리 의료 로봇 개발자

인재들 성공적인 협업하려면
‘무엇을 위해 필요한 기술인가’
철학적 목적 인식하는 게 우선

“AI가 의사 대체? 아직 먼 얘기”

“좋은 ‘컬래버레이션(협업)’입니다. 의사, 컴퓨터, 과학자들이 기술적으로 좋은 팀을 구성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의료기술을 사용하는) 의료진의 ‘니즈(요구)’를 그들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공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해해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는 지름길입니다.”

첨단기술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AI)을 만들고, 어려운 수술에 사용하는 수술용 로봇을 진화시켜 나가고 있는 첨단의료 분야의 글로벌 리더들이 한국의 연구자들을 위해 이같이 조언했다.

3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카운티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 ‘KPF 디플로마 과학저널리즘’ 과정을 통해 문화일보와 만난 릴리 펑 구글 의학 영상팀 프로덕트 매니저는 한국 연구자들에게 필요한 조언을 구하자 주저 없이 ‘컬래버레이션’의 중요성을 꼽았다. 훌륭한 인재도 중요하지만, 그 인재들이 좋은 팀을 이뤄 협업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공동작업’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다. 병리학 의사이면서 생명공학 박사이기도 한 펑 매니저는 그동안 헬스케어·의료기기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와 공동작업을 해왔으며, 현재 구글 의학 영상팀에서 정보기술(IT) 전문가들과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각종 질환을 정밀하게 진단해 내는 기술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펑 매니저가 이끄는 팀은 구글 내부의 컴퓨터·영상·빅데이터 등 다양한 전문가는 물론, 미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안전인증제도(CE) 관련 외부 규제기관과도 교류한다. 구글의 협업 노력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당뇨 합병증으로 실명되는 당뇨망막병증 분야다. 구글은 최근 AI 딥러닝을 통한 당뇨망막병증 진단이 의사의 평균적인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연구결과를 국제의학 학술지에 발표했다. 당뇨망막병증 외에 유방암 진단, 피부암 진단에서도 딥러닝이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뒤따르고 있다.

성공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이 기술이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라는 철학적인 협업의 목적을 뚜렷하게 인식하는 게 선행조건이라는 조언도 제시됐다. 서니베일 카운티 키퍼로드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 본사에서 만난 제이미 웡 부사장은 ‘니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수술용 로봇의 대명사격인 ‘다빈치 로봇’을 만들어낸 수술용 로봇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웡 부사장의 메디컬 팀은 응용수학, 메디컬 엔지니어링, 광학, 생활과학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돼 협업을 이뤄 나가고 있다. 웡 부사장은 “로봇 개발에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협업하는 데는 무엇보다 로봇을 이용해 수술하는 의사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로봇 개발팀은 수술환경에 대한 의료진의 니즈를 의사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고 개발자들에게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시켜 구현하도록 하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첨단의료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이들 리더는 AI가 의사를 대신해 치료하거나, 수술하는 것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미래의 일’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펑 매니저는 “구글의 딥러닝은 일종의 장비로 기본적으로 검사를 잘하게 하는 기술”이라며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치료 영역까지 도달하는 것은 멀고 먼 현실”이라고 예상했다. 웡 부사장 역시 다빈치 로봇을 의사가 아닌 AI가 통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오랜 기간 여전히 의사가 수술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샌타클래라·서니베일=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