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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정치학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끝나 간다. 역대 국감(國監)에서는 의원들의 호통치기, 집단 편들기, 일회성 폭로, 무차별한 증인 채택, 과도한 자료 요구 등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이번 국감에서도 과거 일탈 행위가 판박이처럼 재연됐다. 여야가 적폐와 신(新)적폐 논쟁으로 충돌하면서 민생은 실종됐고, ‘반쪽 국감’이 반복됐으며,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다. 한마디로 정책은 실종되고 정쟁만 남은 ‘F학점’ 국감이었다.

여전히 ‘국감다운 국감’은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돼 버렸다. 근본 이유는 졸속과 부실을 유발하는 잘못된 국회 운영 구조, 의원들의 뒤틀리고 왜곡된 인식, 정부의 미숙한 갈등 지향적 행태에 있다. 국회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국정감사를 하고 있다. 20일 동안 700곳 이상의 피감기관을 감사한다. 민간인을 포함해 무더기로 증인 신청을 하고, 피감기관들과 증인들을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국회 갑질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의원들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혼동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을 국정감사에서 다루면서 정부의 정책과 예산에 대한 감사는 사라지고 정치 공방에 함몰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감 기간에 MBC 방문진 보궐 이사 선임을 강행했고, 자유한국당은 이를 방송 장악 음모라며 국회를 보이콧했다. 정부가 왜 국감 종반에 이런 민감한 사항을 추진해 국회 파행의 빌미를 제공했는지 의아스럽다.

국회가 고질적인 정쟁 국감에서 벗어나 생산적인 국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상시 국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국회 상임위별로 연중 상시 국감을 할 수 있도록 하되, 국감 대상 기관을 시기별로 조정해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동시 다발적으로 행하는 몰아치기, 수박 겉핥기식 국감 폐단을 개선하는 대안(對案)이 될 것이다.

둘째, 감사원 감사와 협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국회법 제172조의 2에는 ‘국회는 그 의결로 감사원에 대하여 감사원법에 의한 감사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 사항 중 사안을 특정하여 감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감사원은 감사요구를 받은 날부터 3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해 정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철저하게 감사하고,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는 자료를 국회에 제출해 정치 갈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의원들의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정치든 의회민주주의든 의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변하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들은 국감을 여야의 관점이 아니라,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로 봐야 한다. 여야가 함께 행정부를 견제할 때만이 건강한 정부가 만들어진다. 집권당이 대통령 눈치를 보면서 청와대 여의도출장소로 전락해 정부를 무조건 옹호하고 야당과 전면전을 펼치면 국회 파행이 일상화한다. 여당은 정부가 협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회를 살리고 여당을 살리는 길이다.

야당은 어떤 경우에도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을 스스로 포기해선 안 된다. 국정감사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최고의 합법적 수단이다. 따라서 어떤 명분으로도 국회 일정을 거부해선 안 된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적폐 청산용으로 바뀌었다”면 정보위 국정원 국감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다행히 한국당은 30일 국감 복귀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