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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난 시달리는 국과수

부검 의뢰 4년새 2622건 급증
정원 늘렸지만 미달 사태 계속
낮은 처우·과중한 업무에 기피
기존 법의관도 3∼4년 못 버텨

가수 김광석 사망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부검을 통해 사인(死因)을 정확히 밝혀내는 법의관이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지원자가 없어 정원 미달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년6개월 동안 국과수는 3차례에 걸쳐 총 20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달랑 2명이 지원했고 그나마 1명만 합격했다. 현재 국과수 법의관은 정원보다 16명이나 모자란 상태다.

30일 국과수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법의관 10명을 모집해 7명을 뽑은 이후로 지원자 기근 현상이 극심해졌다. 지난해 10월 4명을 뽑는다고 공고했지만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올해 2월에는 5명을 선발하려 했는데, 2명만 지원했고 그중 1명만 최종적으로 법의관이 됐다.

올해 8월 진행된 채용 때는 법의관 정원 미달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한 번에 11명을 대거 채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원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결국 국과수는 최근 채용 공고를 다시 내야 했다.

이와 달리 지난 8월 채용에서 5명을 뽑는 법유전자 분석 분야에는 무려 102명이 몰려 20.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업연구사 1명을 뽑는 법안전 기계 분야에도 12명이 지원했다.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국과수의 정원 미달 사태는 2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법의관 정원은 2014년 23명에서 올해 47명까지 늘어났지만, 현재 국과수 소속 법의관은 31명으로 정원에서 16명 모자란다. 심지어 올해 법의관 숫자는 지난해(34명)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법의학이 오랜 시간 부검 경험과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 분야이지만, 신규 지원자가 부족하고 기존 법의관들도 3∼4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국과수 법의관에는 의사면허를 소지한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에서 연구 또는 근무한 의사들이 지원할 수 있다.

법의관 미달 속에 부검 의뢰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012년 5150건이던 시체 부검 및 검안 횟수는 지난해 7772건에 달했다. 역대 최장 연휴였던 올 추석 기간에는 휴일 이틀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148건의 부검이 이뤄졌다. 업무 부담이 커지니 인기는 더욱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고소득 직종인 의료계 종사자들 가운데 비교적 낮은 처우와 병리학 등 기초 학문을 경시하는 의료계의 풍토도 법의관 기피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법의관 출신인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법의관은 사인을 판단해 억울한 죽음 없이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의사들이 뛰어들만한 일”이라고 후배 의사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