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技術人 없으면 기술 강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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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지원센터장

지난 19일 폐막된 제44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57개 참가국 중 중국에 이어 종합 2위를 기록했다. 지난 대회까지 5회 연속 종합 1위, 모두 19회 종합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술 강국’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이런 가운데 이번 대회 최종 결과가 발표되자 정부에서는 앞으로 국제기능올림픽의 경향을 분석해 새로운 훈련 방식과 선수 선발 방식 등을 통해 선수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점차 치열해지는 국제기능올림픽에서 57개국 중 종합 2위를 한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제43회 대회까지 국제기능올림픽에 참여한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는 모두 899명이다. 이들은 모두 22세 이하(일부 직종 25세 이하) 청소년이면서 국가 핵심 숙련 기술인으로 성장해왔다.

국제기능올림픽의 순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의 핵심 숙련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경력을 지속하고 개발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는 저변의 숙련 기술인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수한 숙련 기술인으로 ‘대한민국 명장’ ‘기능 한국인’ 등을 선정해 왔다. 앞으로도 많은 청소년이 미래의 대한민국 명장을 꿈꾸면서 숙련 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

그러나 숙련 기술 후속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커나갈 수 있는 환경은 녹록지 않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각국의 전문가 의견조사를 통해 제시한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 내에서 직원 교육훈련의 높은 우선순위’ 지표 순위는 2016년 기준 5.47점(10점 만점)으로 61개국 중 42위(1위 스위스)에 불과하고, ‘즉시 활용이 가능한 숙련 노동’ 지표 순위는 5.01점으로 61개국 중 48위(1위 노르웨이)다. 산업계의 미흡한 인적자원개발 환경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국제기능올림픽의 좋은 성과에는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더욱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가 강조되면서 숙련 기술인의 입지가 약해질 우려도 크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미래의 신기술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극단적인 자동화, 근로자 탈숙련화가 이뤄지게 되면 향후 숙련 기술인들이 설 자리는 없어질 것이다. 기술 강국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고령화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전통적 강점인 제조기계설비 분야에 작업자들의 현장 노하우를 전사적 자동화 시스템에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또 노동 4.0을 통해 근로자의 지속적인 교육훈련, 기업의 경영 방식 변화를 논의하는 것처럼 숙련 기술인들도 4차 산업혁명과 같이 더불어 발전할 수 있도록 사람 중심의 ‘기술 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고부가가치 고품질 제품 개발은 숙련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이뤄질 것이다. 따라서 숙련 기술과 오랜 노하우를 갖춘 숙련 기술인이 혁신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해 일각의 지적처럼 ‘로봇과 엔지니어가 주도해, 숙련 기술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이 된다면, 많은 청소년이 숙련 기술 분야에서 성장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청소년 대표선수들이 가진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이끄는 혁신성장의 발판이 되기 어렵다. 이제야말로 산업계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 숙련 기술인을 받아들이고 같이 성장시키는 진정한 ‘기술 강국’이 돼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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