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주관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1라운드 취소’ 파행 운영을 두고 ‘동네운동회’보다 못하다며 외국 언론조차 비웃고 있습니다. 미국의 골프닷컴도 “한국의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꼬았습니다. 한 선수는 2라운드 후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고의 실격’하며 협회 처사에 반감을 드러냈습니다. 사고 발생 1주일이 지났지만, 협회 홈페이지에는 이를 지적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회원과 팬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LPGA는 지난 3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수장을 맡았지만 변한 게 없습니다. 회장이 수석부회장에게 전권을 맡기고 좀체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이미 세계 여자 골프의 중심이 되고도 KLPGA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LPGA투어 KEB하나은행챔피언십의 국내 선수 출전 티켓을 늘리는 문제 역시, LPGA 측과 교류가 없어 15년째 제자리입니다. 유럽의 변방 대회였던 에비앙챔피언십이 메이저로 격상된 사실이 새삼 부럽기만 합니다. 이젠 미국에서 KLPGA투어를 열어 LPGA투어 선수에게 역으로 문호를 개방해도 될 정도가 됐지만, 아직도 ‘골프후진국’ 베트남이나 중국만을 고집합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KLPGA에는 이런 사안을 두고 LPGA투어와 협상할 능력을 갖춘 인력이 없기 때문이죠. 협회 붙박이 ‘수석부회장’의 책임으로 돌리는 여론이 높습니다. 1988년 KLPGA가 창립된 이후 30년 동안 임원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회장 직무대행’ 기간에 석연찮은 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임 회장 임기 말 규정을 고쳐 자신의 임기제한을 풀더니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일부 대의원을 해외 프로암에 참가시켜 거액의 대가를 건네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또, 방송중계권 계약의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한 한 방송사에 형사 고발돼, 피고소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경기위원장을 앉히려 관련 규정까지 고쳤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협회가 변하지 않는 한, 낯부끄러운 사고는 언제든 시한폭탄이 될 것이란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요즘 화두가 된 ‘적폐’란 단어를 새삼 떠오르게 합니다. 이처럼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에 신물이 난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차라리 ‘LPGA 1세대’ 언니들(박세리, 김미현, 박지은)을 협회 행정가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KLPGA 수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있을 터인데 그동안 KLPGA를 변화시키려는 마음이나 관심을 한 번이라도 가졌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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