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한국 경제가 1.4% 성장했다. 29분기 만에 가장 높은 ‘깜짝 성장’이다. 수출이 효자였다. 6.1%나 증가하며 6년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슈퍼 호황’ 반도체는 물론 화학, 석유 등의 선전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행되는 추가경정예산 효과도 더해졌다. 부동산 규제로 우려됐던 건설투자도 1.5% 성장했으니 선방이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증가율도 각각 2.7%, 0.9%로 무난하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성적표도 양호하다. 4분기 성장률이 0%에 그쳐도 올해 성장률은 연 3.1%에 이르니 정부가 목표한 3% 성장은 확실해 보인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자만(自慢)은 금물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는 있지만 도처에 대내외 ‘상수’ 악재들이 딱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리스크와 사드 후폭풍,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는 제대로 터지면 경제 전체가 휘청댈 초대형 악재다. ‘반도체 호황도 1년 안에 끝날 수 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든다. 세계가 금융긴축 시대에 들어선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우리도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주체들이 겪을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소비·투자 위축은 예정된 수순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추세와 역행하는 문 정부 경제정책이다. ‘사람 중심 소득주도 성장’ 명분 아래 친(親)노동·반(反)기업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과속 인상, ‘양대 지침’ 폐기 등이 단적인 예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제조업 투자액이 최근 5년 새 최저치로 떨어졌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문 정부는 이제 ‘지속성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혈세를 퍼부어 단기 성장률을 올리는 ‘적폐’는 접고, 경제 구조와 체질을 혁신하는 일에 진력해야 한다. 중소·벤처기업만이 아닌 수출의 첨병인 대기업도 중요한 축으로 삼는 진정한 혁신성장을 정책목표로 삼아야 한다.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바쁘게 뛰어다녀야 수출도, 투자도, 소득도, 일자리도 는다.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은 필수다. 여당이 누차 반대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깜짝 성장이 우리에게 저성장 탈출의 디딤돌이 돼 축복이 될지, 아니면 한없는 불행이 될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