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국감 받는 예보·신보 24일 오전 서울 중구 다동 한국예금보험공사(예보)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예보와 신용보증기금(신보) 국정감사에서 황록(왼쪽부터) 신보 이사장과 곽범국 예보 사장이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文, 채용 非理 규명 밝혔지만
公기관 3곳 중 1곳 업무 난항
국감에선 ‘代理 출석’촌극도

大選캠프 인사들 치적 다투고
계파간 ‘내 사람’ 심기 갈등에
공공기관 개혁 안중에도 없어

전체 공공기관의 3분의 1에 가까운 100곳의 공공기관이 기관장 없이, 또는 임기가 끝난 기관장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장 대규모 공석 또는 임기 만료 사태가 현실화하면서 경영 공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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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날 현재 공공기관 330곳과 부설기관 23곳을 포함한 353곳의 공공기관 가운데 100곳(28%)의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가 종료됐는데도 기존 기관장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석은 67곳, 임기 만료는 33곳이다. 지난달까지 50여 곳이었지만 10월 들어 임기가 끝나거나 사표를 쓴 기관장들이 쏟아지면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으로 구성된 공공기관 가운데 덩치가 큰 공공기관인 공기업의 경우 35곳 가운데 절반인 17곳(50%)이 기관장이 비어 있거나 임기가 종료됐지만 그대로 눌러앉아 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감정원, 한국도로공사,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5개사,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해양환경관리공단 등 11곳이 공석이다.

채용 비리 문제로 최근 사장이 사표를 내면서 대한석탄공사와 한국석유공사도 사실상 기관장이 없는 상태다. 한국조폐공사(만료 4월 8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9월 25일), 한전KDN(10월 20일), 한국가스기술공사(10월 24일)는 임기를 넘긴 CEO가 운 좋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관장 없이 직무대행 등을 대리 출석시켜 국정감사를 치르고 있는 기관이 수두룩하다. 이날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만 해도 피감 기관 9곳 중 발전 5개사를 비롯해 7곳이 ‘기관장 아닌 기관장’이 대신 출석했다.

국감에서 여당은 “부실경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망갔다”고 지적한 반면, 야당은 “여당이 자진사퇴를 종용해 벌어진 일”이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연출됐다.

공석 공공기관 상당수는 그나마 채용 절차가 개시된 곳도 있지만, 지난 8월 사장이 사표를 낸 코레일 등 기관장 인선이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있어 장기 경영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는 26일 울산항만공사, 28일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교통안전공단 등 10월에만 9곳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고 강원랜드를 비롯해 연내에 26곳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채용 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엄중 경고한 만큼 추가로 옷을 벗는 기관장이 나올 수 있고, 내년 초에도 10여 명의 임기가 종료된다.

공공기관장 인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증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대통령선거 기여도가 높은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 성격의 선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공공기관장 자리를 두고 여권 내 계파 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관장 공석 상태인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CEO가 누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다 새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어서 업무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른 시일 내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임명되길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