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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할리우드 性추문 파문속 KBS ‘마녀의 법정’ 화제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니퍼 로런스, 리스 위더스푼,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유명 여배우들도 “나 역시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히면서 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비교적 성의식이 개방적이라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밝히고, 그들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장치가 발달한 서구에서조차 오랜 기간 이 같은 성추문이 수면 아래 잠자고 있었다는 것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월화극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의 등장은 깊이 있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성범죄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지난 9일 시청률 6.6%(닐슨코리아 기준)로 출발선을 끊은 후 방송 4회 만에 12.3%로 껑충 뛰었다. 술자리에서 부장 검사에게 추행당한 여기자, 여교수에게 성폭행당한 남성 조교, 담당 여검사의 알몸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협박하는 피의자 등의 이야기를 흡입력 있게 전개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었다면 ‘마녀의 법정’은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성과는 ‘2차 피해’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성범죄 수사와 재판의 가장 큰 취약점 중 하나는 피해자 보호다.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되새겨야 하고, 원치 않는 사실까지 공개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승소 지상주의를 외치는 여검사 마이듬(정려원·사진)은 여교수가 “내가 성폭행 피해자”라고 조교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자, 이 조교가 사실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법정에서 공개한다. 이로 인해 재판에서는 이겼으나 언론은 조교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아우팅’(원치 않게 동성애자임이 공개된 것) 당한 피해자에게는 결국 또 다른 생채기를 남겼다.

또한 마 검사는 ‘리벤지 포르노’ 사건을 수사하며 성행위 동영상이 유포된 후 숨어 살고 있는 피해자를 찾아가 피해 진술을 종용한다. 이 사건의 피의자는 사건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마 검사의 집 안까지 침입해 카메라를 설치하고 알몸을 촬영한다. 수사 검사에서 졸지에 피해자가 된 마 검사는 결정적 증거로 쓰일 수 있는 이 영상을 공개하길 꺼린다. 이에 부장검사는 증거 인멸로 입건하겠다고 그를 압박한다. 결국 마 검사는 자신의 알몸이 담긴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고 피의자를 엄단했지만 자신의 집에서 옷조차 갈아입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겪는다. 결국 담당 검사로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성범죄를 다루는 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마녀의 법정’을 연출하는 김영균 PD는 “그동안 법정 수사물은 연쇄살인, 기업비리 등을 내세웠는데 이 작품은 소소하지만 피해자들에게는 더욱 심각하게 상흔을 남기는 아동범죄, 성범죄를 그린다”며 “자극적이지 않게 다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