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원가경쟁력·품질 ‘3박자’… 의약품CMO 세계 1위로

이미지 크게보기 오는 11월 완공하는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홀에서 지난 19일 엔지니어들이 핵심시설인 배양기의 배관 등을 살펴보면서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上)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2년만에 완공 눈앞에
‘18만ℓ규모 설비’ 세계 최대
1, 2공장 합쳐 36만2000ℓ
‘癌환자 10명중 1명’ 藥 생산

배양·실험 250여개 클린룸서
위탁 생산부터 공정 개발까지
의약품 ‘g당 최대 20만 달러’

한국제약바이오기업들이 바이오 강국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각국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경쟁적으로 육성하는 업종이다. 이는 바이오산업이 지난 20년 동안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 전통 제조업과 다른 차원의 산업영역 개척이자 확장을 의미한다. 문화일보는 ‘도약! K-바이오’ 시리즈를 통해 바이오산업을 신수종사업으로 키워 글로벌 시장을 제패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면면을 심층 분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은 ‘꿈의 공장’이다. 속도·원가경쟁력·품질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3공장이 완공되면 암 환자 10명 중 1명은 삼성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으로 치료받게 된다.”

지난 19일 인천 연수구 송도 바이오대로에 접어들자 셀트리온, 동아제약, GE헬스케어, 머크 등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있는 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중심부로 들어서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 건설 현장이 시선을 압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전문기업(CMO)이다. 신약을 개발하는 대신 제약사들이 주문하면 그 회사 기준에 맞춰 약을 만들어 납품한다. 일종의 위탁생산이지만 단순하게 생산만 대행하는 게 아니라 신약 상용화를 위한 공정 개발에까지 참여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미생물 실험실 연구원들이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모습. 김낙중 기자 sanjoong@

2015년 11월 말 첫 삽을 뜬 3공장이 만 2년 만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상 4층으로 지어진 이곳 면적(11만8618㎡)은 서울월드컵경기장 두 개를 합한 규모다. 3공장 곳곳에서는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공정률은 90%다.

3층 바이오리액터(세포배양기) 홀에 들어서자 거대한 배양기 12대가 눈에 들어왔다. 생산설비 규모로는 총 18만ℓ에 달한다. 핵심시설인 이곳은 마치 조그만 정유화학 공장을 실내로 옮긴 듯한 모습이다. 배관 수백 개가 세포배양기를 둘러싼 채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동물세포 등에 원하는 치료물질 유전자를 넣어서 약을 만드는 방식이다. 물과 먹이 등 세포 배양에 필요한 모든 것은 배관으로 이동한다. 의약품은 사람 몸에 직접 들어가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나 미세한 오염도 허용되지 않아서다. 배관은 원료 등이 고이지 않도록 조금씩 기울어져 있다. 배양이 끝나면 세포에서 항체만 따로 분리되는 과정을 거쳐 바이오 의약품이 만들어진다. 세포배양기에서 탄생한 의약품의 가치는 상당하다. g당 가격은 적게는 1만 달러에서 최대 20만 달러에 달한다.

세포 배양과 실험 등은 모두 클린룸에서 이뤄진다. 의약품 생산 과정이 ‘오염과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3공장 내 클린룸은 250여 개다. 세포배양 시 교차 오염을 막기 위해 클린룸을 작은 규모로 많이 설치했다. 품질관리를 위해서는 QC동을 별도로 설치해 하루 평균 1200개 샘플을 채취해 검사한다.

이에 CMO 산업은 ‘과정의 산업’으로도 불린다. 약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공정 전체를 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약업체가 유방암 치료제를 위탁 생산해 달라고 주문하면 CMO 기업은 모든 공정을 고객사에 똑같이 맞춰야 한다. 이때 고객사들은 공장, 품질관리, 인력 등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생산시간, 인력 숙련도, 공정 과정, 품질 관리 문화, 제품 생산 가치관 등 소프트웨어도 꼼꼼히 살펴본다. 이는 고객사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감독국(EMA) 등으로부터 의약품 품질 인증을 받는 근거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이제 바이오의약품 시장에서는 속도와 원가경쟁력, 품질 3가지를 갖추지 못하면 퇴출된다”며 “삼성이 제약시장에 들어오면서 3가지 조건을 갖추지 못해도 업체들이 성공하던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공장이 완공되면 1, 2공장과 합쳐 총 36만2000ℓ 규모 생산설비를 보유하게 된다. 만 7년 만에 CMO 기업 중에서 1위(생산 설비 기준)로 올라서는 것이다. 3공장은 다음 달 완공 후 1년 동안 자체 검증과 품질인증을 위한 시험생산 과정을 거쳐 2020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간다.

송도=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