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4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순창전통장 농촌문화학교’에 참가한 학생들과 어머니들이 장류 제조 기능인의 집에서 기능인과 함께 고추장을 만들고 있다. 순창 = 신창섭 기자 bluesky@

이미지 크게보기 순창전통장 농촌문화학교에 참가한 가족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쌈을 먹여주고 있다.

(4) 전북 순창

장류 제조 기능인과 함께
고추장·된장 직접 만들어
체험후 푸짐한 집밥 식사

4인 가족이 10만원이면
호텔 못지않은 숙소까지
강천산 단풍트레킹 일품

“고추장·된장 만들기 재미있어요!”

높고 푸른 하늘과 선선한 바람, 누렇게 익은 벼와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 가을 정취가 가득했던 지난 14일 전북 순창군 순창읍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순창군수가 인증한 고추장·된장·간장 등 장류 제조 기능인 안길자(여·74) 씨의 집이 서울에서 온 20여 명의 손님으로 북적였다. 안 씨가 장을 담그기 전 메주를 솔로 닦는 시범을 보이자 초등학생 7명이 고무장갑을 낀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메주를 닦는다. 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소금 5㎏을 물에 풀어 만든 소금물을 장독에 붓고 잘 닦은 메주를 띄운 뒤 붉은 고추, 숯, 대추도 함께 넣는다. 얇고 긴 대나무 조각을 장독 안에 끼워 넣어 메주가 소금물 밖으로 올라오지 않도록 눌러 준다. 짚으로 만든 새끼 줄을 장독에 둘러주는 것으로 된장 만들기가 끝났다.

서울 구로구에서 두 딸과 조카를 데리고 온 이미란(여·44) 씨는 “딸들이 평소 된장찌개를 싫어했는데 직접 만들어 봤으니 앞으로 잘 먹지 않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이 씨의 딸 박민지(11) 양은 “처음 된장을 만들어 봤는데 무척 신기하다”고 말했다. 늦둥이 막내아들 강현(7) 군을 데리고 온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남영보(55) 씨는 “평소 야구장이나 놀이동산에는 자주 가봤지만 이런 체험은 처음”이라며 “아들이 삼겹살을 고추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해 오기 전부터 들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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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씨 등 70여 명은 이날 오전 8시 순창군장류사업소가 제공한 버스를 타고 서울을 출발해 낮 12시쯤 이곳에 도착했다. 문화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순창군과 손잡고 펼치는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캠페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순창전통장 농촌문화학교’(순창전통장학교)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평소 순창군과 다양한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회적기업 ‘에스이앤티’가 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무려 70여 명이 모였다.

프로그램은 약 30분의 오리엔테이션 및 장류의 역사·문화 교육으로 시작됐다. 고추장, 된장, 간장의 기원 등이 하나하나 소개됐다. 교육을 마치자마자 점심이 시작됐는데 보통의 식사와는 조금 달랐다. 10~20여 명씩 조를 짠 뒤 안 씨 등 기능인의 집으로 가 ‘밥상머리 교육’을 받으며 가정집의 집밥을 체험하는 식이다.

기능인이 직접 담근 된장으로 만든 찌개, 쌈장, 매실 장아찌, 고기볶음, 미역국, 잡채, 가지나물, 김치, 감자전 등이 한 상 가득히 올라왔다. 후식은 식혜와 커피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지인 소개로 왔다는 이춘지(여·73) 씨는 “예전에 순창에 왔을 때와 비교해 보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며 “찬도 푸짐하고 참 맛있다”고 말했다.

식사 후 이어진 장 담그기 체험 후엔 마을 둘러보기, 장류 박물관과 발효소스 토굴 방문이 이뤄졌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순창군 장류의 내력을 배우고, 장을 발효시키는 옹기도 구경할 수 있다. 저녁에는 장류 체험관에서 전통장 식생활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인절미, 전통 튀밥을 만들어 보고 청국장 찌개를 직접 끓여 저녁으로 먹는데 꿀맛이 따로 없다.

농촌관광 때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바로 숙소인데 순창전통장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장류 체험관에 텔레비전과 냉장고 등을 갖춘 2인실 5곳, 4인실 9곳, 16인실 6곳 등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김기도(34) 에스이앤티 대표는 “체험관이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웬만한 호텔 저리 가라 할 정도”라며 “교통, 숙박, 식사, 체험, 관광, 여행자 보험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기본요금이 1인당 4만5000원이며 3인 가족은 1인당 3만5000원, 4인 가족은 1인당 2만5000원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강천산 맨발 트레킹으로 둘째 날 여행을 시작한 가족들은 농가 체험도 즐겼다. 직접 두부를 만들고, 상추와 미나리를 따고 농가 주인이 차려주는 시골 밥으로 배를 두둑하게 채운 뒤 서울로 돌아갔다.

순창전통장학교는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최근 남편과 함께 순창군에 귀촌한 신남주(여·44) 씨는 96시간의 ‘농어촌마을해설사과정’을 밟고 전통장학교 해설사로 나서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날 프로그램 참관 목적으로 온 신 씨는 “군에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순창=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