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7일 경기 의정부시 송산동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 정문. 미 2사단 항공여단 배치로 이 부대의 반환이 오는 2020년 이후로 연기됐지만, 대부분의 미군 부대가 경기 평택시로 이전해 오가는 차량도 줄어드는 등 썰렁한 분위기에서 경계병이 출입구를 지키고 있다. 경기도 제공

- 경기 북부지역 개발 프로젝트 10년 넘게 ‘답보’

행정타운· 택지개발 등 무산
1곳 폴리텍대학 건립 추진
지자체, 사업자 못찾아 속앓이

철수예정 6곳 반환시기 불투명
文정부 국가주도 개발 空約위기
관련 부처, 실행계획 수립 못해

미군이 떠난 경기 북부지역의 기지들이 대학 유치, 택지 개발, 행정타운 조성 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세웠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10여 년째 방치되는 등 반환 미군 공여지 개발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또 철수할 예정인 미군기지 6곳도 반환 시기가 불투명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국가주도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경기 북부지역 반환 미군기지에서 추진된 신규 개발사업은 전혀 없는 상태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은 반환 미군기지 개발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환된 미군기지 16곳 가운데 여전히 빈터로 남아 있는 기지는 파주시 캠프 에드워드·자이언트·게리오웬·스탠턴과 의정부시 캠프 카일, 동두천시 짐볼스 훈련장 등 모두 6곳이다. 이 6개 기지는 지난 2004∼2007년 국방부에 반환돼 환경오염 정화작업까지 마쳤다. 파주 캠프 에드워드는 전체 면적 25만2000㎡ 가운데 4만4000㎡에 한국폴리텍대학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나머지 부지에 대한 개발사업은 민간자본을 유치하지 못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캠프 자이언트(17만㎡)와 스탠턴(27만㎡), 게리오웬(28만㎡) 역시 대학 유치가 무산된 뒤 10년 넘도록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방치되고 있다.

광역행정타운으로 조성 중인 의정부 캠프 카일(14만5000㎡)은 의정부지법과 의정부지검을 유치하려 했으나 법원 행정처가 후보지로 양주·포천·동두천 지역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이전이 취소됐다. 시가 택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인근 아파트 과잉 공급으로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1194만㎡ 규모의 동두천 짐볼스 훈련장도 민자를 유치해 골프장 등 체육시설과 드라마 세트장을 건립하려 했으나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캠프 님블도 관사(150가구) 건립을 위해 기본계획 용역에 들어갔으나 지연되고 있다. 동두천 공여지 개발 관계자는 “경기 북부의 반환 미군기지는 환경오염 정화까지 모두 마쳐 언제든 개발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민간사업자들이 투자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이전사업으로 철수 예정인 미반환 미군기지도 북한 핵실험 등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을 이유로 언제 반환이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미반환 미군기지는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83만6000㎡), 스탠리(245만8000㎡), 잭슨(164만㎡)과 동두천 캠프 모빌(21만㎡), 케이시(1414만㎡), 호비(1405만㎡) 등 6곳으로, 내년부터 점차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돼 캠프 스탠리(교육연구)와 캠프 케이시(대기업 생산단지) 등 일부 기지는 미군이 당분간 전략시설로 사용할 예정이어서 이전이 장기간 미뤄질 전망이다. 세계 문화촌으로 활용할 예정인 캠프 호비는 내년 6월까지 미군이 철수, 이전하도록 계획돼 있으나 언제 반환될지 알 수 없다.

캠프 모빌도 5만㎡가 연내에 반환될 예정이나 나머지 부지가 모두 반환돼야 유통상업 및 산업단지 개발이 가능한 상태다. 캠프 모빌은 현재 무인기 활주로로 사용되고 있으며 대체 활주로를 조성한 이후에나 잔여 부지 반환이 가능하다는 것이 미군의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진행된 신규 사업이 하나도 없어 반환 미군 공여지 개발사업이 답보 상태”라며 “지자체들이 민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당 지자체들은 국가 주도로 개발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반환 미군 공여지를 국가 주도로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으나 국방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 = 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