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訪韓 ‘대북 제재’ 강화가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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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영 서강대 교수 국제정치학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최종 입장은 북한 핵의 폐기와 엄격한 검증 장치 마련으로 정리된다. 최근 이란 핵협정 불인증 조치는 북한의 경우에도 높은 수준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설령 향후 군사적 조치가 아닌 북한과 핵 관련 협상이 전개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내 모든 핵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비핵화에 대한 엄격한 감시 장치를 마련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제반 사찰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 방한(訪韓)한다. 무엇보다 점점 심각해지는 북핵 문제와 관련, 그는 한반도에서 자신의 기본적 입장을 직접 강조함으로써 더 한층 대북 비핵화 압박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역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 동맹의 강화,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 동북아 평화와 안정 구축, 양국 간 실질 협력 및 글로벌 협력 심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에 그를 비판하면서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는 로버트 갈루치 전 제네바 대북 협상 대표를 접견한 것은 현명한 외교라고 볼 수 없다. 이는 문 정부 출범 전후로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모호한 입장이 미국 정부에 의구심을 안겨줬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양 대통령의 취임 이후 한·미 관계가 전반적으로 매끄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배경은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엇박자를 내는 데서 비롯된다. 미국은 군사공격 가능성을 포함한 강경한 대북 입장이다. 반면, 문 정부는 계속되는 북한의 핵 도발에도 불구하고 북 정권과 대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시원한 반응을 얻지 못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은 중요한 전제조건이 뒷받침될 때 효과를 발휘한다. 최근 문 대통령이 천명한 것처럼,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가능하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평화적 방법과 대화는 군사적 제재 가능성과 압박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는 남북분단 상황에서 추진됐던 수많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확실하게 경험했던 사실이기도 하다. 그 누구도 순수한 대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 핵 폐기 수준까지 이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간 대화는 일순간 긴장을 낮출지언정 결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북한의 핵 개발은 미국과 외교관계를 수립, 한·미관계를 단절하고 한국을 고립시키려는 생존 책략이다. 또, 상대방을 자신의 의도대로 따르도록 압박하는 고차원적 외교 수단이다. 따라서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진입한 상황에서 남북한 군사력의 비대칭 문제는 한·미 간 대북정책의 긴밀한 공조로만 해결할 수 있다.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는 국민에게 안정과 평화에 대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으로부터 군사적 위협을 끊임없이 받으면서도 자주국방과 더불어 지혜로운 외교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안보를 지켜왔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게 평가받으면서도, 안타깝게도 오직 한반도 문제는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인 국력 열세 때문에 안보적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화 ‘남한산성’처럼 내부 갈등에서 속히 벗어나고, 엇박자가 아닌 굳건한 한·미 간 대북 공조가 국가 안위에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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