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前) 유엔사무총장이 최근 비공개 강연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 관련 사안들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언론과 전문가 그룹의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외교부 안팎에서도 공공연히 나도는 얘기들인 만큼 새삼스럽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 외교무대에서 평생 활동하고 ‘세계 대통령’으로 10년 재임했던 반 전 총장의 지적은 그 무게가 다르다.

지난 16일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주최 강연에서 반 전 총장은 주변 4강국(强國) 대사에 대선 캠프 출신이나 정치권의 비(非)외교관 출신들이 기용된 데 대해 “외교관은 아무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인사”라면서 “미국처럼 국력이 뒷받침되는 강대국은 부동산 업자가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지어와 영어 등 2개 국어는 물론 외교 경험·역량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또, 전시 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추진에 대해 “시기적으로 우려스럽다”면서 “미군이 (타국 사령관 지휘를 받는) 유엔평화유지군 활동에 돈은 내도 자국 병사는 단 한 명도 보내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고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미래연합사령부가 만들어지면 미국이 대규모 병력을 배속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현실적이다.

외교 일선의 현실을 다소라도 알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다. 문 정부는 양자·정무 외교 경험이 적은 강경화 외교장관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더해 공관장 30%를 비외교관 출신으로 채우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외교력 약화에다 ‘외교 낙하산’까지 횡행하지 않을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