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함께 살던 50代가
초등생 때부터 ‘파렴치 범죄’
신고 못하게“죽이겠다” 협박

첫 아이 화장실서 혼자 출산
법원, 가해자에 20년刑 선고

A(17) 양의 비극은 초등학생 때였던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부모의 이혼으로 오갈 데가 없던 A 양은 경기 수원시에 사는 친할머니 장모 씨에게 맡겨졌다. 할머니의 집에는 의붓할아버지 김모(53) 씨와 그의 30대 아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15평 남짓한 다세대주택이었지만, A 양에게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가족이 생겨 다행이란 생각은 의붓할아버지의 검은 손이 A 양을 덮치며 악몽으로 변했다. 김 씨는 2011년 가을 장 씨가 집을 비운 사이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던 A 양의 몸에 처음 손을 댄 이후로 수시로 A 양을 성폭행했다. 초등학생이었던 A 양은 “할머니에게 말하면 죽이겠다”는 협박에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함께 살던 김 씨의 아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애가 심해 A 양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범행을 할 때면 아들에게 “PC방에 가 있으라”며 돈을 쥐여주곤 했다.

2015년에는 임신마저 하게 됐다. 아이가 생긴 줄도 몰랐던 A 양은 아무도 없는 집 화장실에서 혼자 가위로 탯줄을 잘랐다. 할머니에게는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둘러댔다. 이후에도 김 씨의 인면수심 악행은 멈추지 않았다. 출산 후 1개월이 채 되지 않아 몸도 성치 않은 A 양에게 또 손을 댄 것이다. 김 씨가 “누구에게든 말하면 너도, 할머니도 다 죽는다”고 협박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A 양은 낙태를 하러 병원을 찾았지만 임신 6개월이어서 너무 늦었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의 성적 학대에 시달리던 A 양은 올해 초 두 아이의 아버지가 김 씨라는 사실을 할머니에게 털어놓았고, 할머니는 경찰을 찾아 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 김정민)는 19일 김 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을 위해 개최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김 씨에 대해 △무기징역 5명 △징역 30년 2명 △징역 28년 1명 △징역 20년 1명 등의 형량을 제시한 사실도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공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범행을 진지하게 반성하기는커녕 뻔뻔하게도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이 사건 범죄사실은 누가 보더라도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난 것이 맞는지 두 번, 세 번 반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