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에 세계의 관심의 집중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안보 위협 요인으로 떠오른 북한 핵무기에 대한 대응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번 기회를 북핵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기류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와는 거리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미지수다.

미국의 입장은 선명하다. 백악관은 16일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 순방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한·미 양국 간 영구적인 동맹과 우정을 기념하는 한편 국제 사회에는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에 동참하라고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제재 극대화가 이번 순방의 핵심 목표임을 천명한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미국은 이미 대북 봉쇄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페인과 멕시코, 페루, 쿠웨이트 등이 북한 대사를 추방한 데 이어 포르투갈도 10일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16일 북한 노동자 노동허가 갱신 거부 등에 합의했고,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유엔 대북 제재 이행안에 서명했다.

이런데도 문 정부는 나홀로 대북 유화(宥和)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6일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핵대사를 면담했다. 비공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 정부 때의 대화파 인사를 접견한 것은 문제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공개적 어깃장으로 비칠 것이다. 800만 달러 대북 지원 결정, 평창 올림픽 북 참가 호소, 개성공단 등을 놓고도 양국 분위기가 크게 다르다. 지금도 문 정부는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당국자 파견을 검토하는 등 대북 접촉에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비친다.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체류 시간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정부는 25년 만의 미 대통령 국빈방문이라며 ‘격’을 높이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난 6월 30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압박과 대화가 어정쩡하게 조합돼 있다. 정경두 합참의장이 16일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동맹의 이상기류를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심각한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대충 봉합하고, 국회 연설을 통해 대북 압박 구상을 한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식이 되면 곤란하다. 이번 트럼프 방한이 북핵 해법의 새 전기가 되느냐, 코리아 패싱의 또 다른 사례가 되느냐, 문 정부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