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요구, 靑입장서 안벗어나”
‘임기규정 우선해결’ 주장 고수
국회에 ‘헌재파행’ 책임돌리기

청와대는 전날 헌법재판소 재판관 8인이 소장 및 재판관 공백 사태와 관련해 조속한 임명 절차를 촉구한 것에 대해 “청와대 입장에서 크게 취지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17일 밝혔다. 헌재의 이번 입장문 발표가 사실상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청와대에 제동을 건 것이란 해석이 다소 우세했지만 청와대는 권한대행 체제 해소의 책임이 청와대가 아니라 불명확한 헌재소장 임기 문제를 입법을 통해 해소하지 않은 국회에 있다는 점을 거듭 거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신속히 후임 재판관을 임명할 예정이며, 9인 체제가 구축되면 당연히 재판관 중 소장을 지명할 것”이라며 “국회가 소장의 임기를 명확히 하는 입법을 마치면 대통령은 헌재소장을 바로 지명할 계획이라는 저희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국회가 먼저 헌재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할지, 헌법재판관의 잔여 임기로 할지 정하면 청와대는 당연히 새 헌재소장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이 헌법이 보장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로, 하나는 현행법에 명시된 대로 헌법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헌법재판관을 지명하고 그분을 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지금 정치권 주장은 현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하지 말고 새로운 재판관을 임명해 그분을 소장으로 임명하란 주문인데, 이 부분은 대통령의 헌법에 보장된 인사권 행사에 대한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청와대는 우선 공석인 헌법재판관 1명을 새로 임명하고 헌재소장 임명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회에서 임명동의를 받지 못한 재판관을 헌재소장으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헌법상의 삼권분립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확산할 경우 청와대로서도 국회 탓만 하고 있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이 헌재 소장에 대한 권한대행 체제 유지 입장을 표명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난 만큼 방향 선회에는 일정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