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觀乎天文以察時變, 觀乎人文以化成天下
(관호천문이찰시변, 관호인문이화성천하)
“천문을 바라보아 사시의 변화를 살피고, 인문을 바라보아 천하를 교화시켜 이룬다”
‘주역’ 비괘(賁卦)의 단사(彖辭)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은 어우러져 아름다운 무늬를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데, 천문이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무늬로서 천체현상이고, 인문이란 인간이 만들어내는 무늬로서 인간의 도리이다. 유교에서 인문을 구체화하여 제정한 것이 예악제도다. 화성이란 교화 내지는 변화시켜 이룬다는 뜻이다. 뒤 구절을 네 글자로 줄이면 인문으로 교화시키고 이뤄간다는 인문화성(人文化成)이고, 다시 두 글자로 줄이면 문화가 된다. 메이지 시대에 일본인들은 서양의 ‘culture’를 문화로 번역했는데, 전통적인 한자어 문화에는 원래 이런 의미가 숨어 있다.
10월은 문화의 달인데 문화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한글이다. 한글은 조선 오백 년 문화의 백미다. 성리학을 국시로 삼은 조선은 예악제도로써 천하를 교화시키려는 인문화성을 기본 정책으로 삼았다. 나라의 외형적 기틀을 잡은 태종은 인문화성의 정책을 펼치려면 지식문화 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여 국가인쇄소인 주자소를 건립했고, 세종대왕은 그 뜻을 이어받아 모든 백성이 쉽게 익힐 수 있는 한글을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자기 문자를 가진 민족은 그리 많지 않다. 서양 문자의 경우, 로마자 아니면 그리스 문자를 그대로 쓰거나 약간 변형해 쓰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문자학자가 독창적이면서도 실용적이고 아름다우면서도 과학적이라고 찬탄하는 한글은 우리 조상들의 인문화성의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조선시대의 인문은 예악제도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인문학, 문화예술 정도로 보면 무방하다. 문화의 달을 맞아 인문화성의 꿈을 다시금 새겨본다.
상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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