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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지방 소도시인 A 기초자치단체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소를 키워온 김모(75) 씨는 요즘 뒤숭숭하다. 축사를 허물고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을까 고심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1억6000만 원을 투자하면 연 3000만 원가량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데, 갈수록 소득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대단히 매력적이라고 토로했다. 퇴직해 ‘이모작’을 모색하고 있는 이모(57) 씨도 발전설비 제조에 필요한 건물을 자신 소유의 밭에 지어주면 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는 태양광 사업자의 제안을 받고는 ‘가족회의’까지 열었다. 또 다른 촌로(村老)는 아들이 태양광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주민 동의를 받느라 가가호호 발품을 팔고 있다. 동네마다 야단법석이다.

전국 농촌 지역이 태양광 투자 열기로 들썩거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친 후 나타난 현상이다. 경북 김천에서는 태양광 시설 업자와 지자체가 부지 확보를 위해 무연고 묘지로 처리해 버리는 바람에 조상 묘 6기가 사라지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 발전시설 신청이 폭주해 난립이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농촌 태양광 발전소를 1만 호 보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 달성을 내건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수립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은 농업 외 소득이 절실하고 6차 산업화를 추진해야 하는 농업·농촌의 당위성을 볼 때 얼핏 설득력이 실릴 수 있다. 전력요금을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무공해 전력’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기도 하다. 관련 업계는 ‘미래 먹거리 산업’ ‘정부가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지금이 투자 적기(適期)’라고 애드벌룬 띄우기가 한창이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니, 예컨대 지을 수 없던 절대농지에까지 규제가 풀릴 것이란 전망도 들린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의 이면을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역기능,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산림자원 감소, 생태계 훼손, 토사 유출, 소음, 진동, 빛 반사, 농작물 피해 등이 그것이다. 농작물 매개체 수 감소, 전자파에 의한 곤충, 가축 등의 난임 피해 등도 우려한다. 중장기적인 영향평가 없이 우후죽순 설치했다가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유해성을 지적하는, 지역주민들의 집단 반발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태양광 발전시설 개발행위 제한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미진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탈원전의 현실은 이처럼 약 60년간의 시차를 두고 천천히 진행하겠다고 정부가 다독거렸는데도 불구, 정반대로 속도전의 양상을 띠고 있다. 주무부처는 원전 수출에 힘을 싣겠다고 했지만, 국정과제 기조 눈치를 보느라 소신 없이 수출 과실(果實)이 눈앞에 왔는데도 뒷걸음질 치는 현상까지 목도되고 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했던 정부 에너지 정책을 돌아봤을 때 태양광 전기 모듈, 시설이 폐기물로 남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차분한 접근과 정책적 유도가 필요하다. “에너지는 밥 짓듯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장기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에너지 업계 핵심 관계자의 충고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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