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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무용가 김묘선 ‘인연지무’
10월21~22일 대학로서 공연

“아직도 일본에 있으면 ‘한국 전통춤을 추는 외국인이 왜 일본 천년고찰의 주지를 하느냐. 그만둬라’는 협박 전화가 걸려와요. 그렇게 힘들게 살았지만 주변의 도움으로 환갑의 나이에 춤 50주년을 정리하는 공연을 열다 보니 내가 걸어온 승무의 길이 외로운 길은 아니었구나 싶네요.”

한국 여성 무용가의 몸으로 일본 최초의 외국인 주지가 된 김묘선(60·사진), 그녀의 삶이 평탄했을 수만은 없다. 일본 대일사 주지였다가 2007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뒤를 잇기 위해 승려 자격시험과 주지 시험을 칠 무렵이었다. 당시 10대였던 아들은 “어머니는 무용수이기 때문에 주지가 돼도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게 해달라”며 스님들에게 간청했다고 한다. 결국 그녀는 삼단 같은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넘기고 한국 국적도 그대로 유지한 채 일본 절의 주지가 됐다.

일본 불교계에 파격을 안기며 주목과 시기를 동시에 받아온 그녀지만 환갑이 된 지금도 한국 전통춤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 전통춤의 거목 고 우봉 이매방 선생의 제자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전수조교라는 자부심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50년간의 춤 인생과 인연들을 돌아보며 ‘인연지무(因緣之舞)’라는 제목으로 춤판을 벌인다.

공연 제목은 그녀의 우직한 발걸음을 응원해온 제자들과 동료들이 환갑을 맞아 만들어준 자리라는 의미에서 지어졌다. 소리꾼 장사익과 꽹과리 명인 이광수도 특별출연 한다. ‘삼고무, 오고무’ ‘승무’ ‘기원무’ ‘살풀이춤’ 등 대표적인 전통춤 레퍼토리에 특별출연자들의 ‘비나리’, ‘판굿’, 소리 등을 더해 120여 분간 펼쳐진다. “이번에는 특별히 10세 때 소녀의 모습부터 시작해서 춤으로 인해 스승과 제자들을 만난 인연, 제 춤에 반한 남자와 가정을 만들게 된 인연 등 제 일대기가 춤으로 표현돼요. 50년간 춤으로 제 한을 다 풀어내다 보니 지금은 일본에서도 제가 한국에서 공연할 때마다 따라와 관람하는 ‘김묘선 스페셜투어’를 즐기는 팬들이 생길 정도가 됐습니다.”

그녀는 현재 일본에서 승려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는 아들이 수년의 과정을 모두 마치고 주지가 되면, 미련 없이 물려주고 춤추면서 뒤에서 응원하는 삶을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