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MB정권 핵심인사 불러
野, 현정권 실정 부각 노려

국회 정보위원회는 12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과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번 국감은 과도한 증인 채택 남발을 막기 위해 증인신청실명제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실시되지만, 과거 정권의 적폐 청산을 강조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하려는 야당이 충돌하면서 증인 채택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송 전 장관과 이 전 중수부장을 여야 합의로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전했다. 송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한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다른 참석자 간 대립이 있었다는 내용의 회고록을 출간했고, 이 전 중수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다. 여야가 주고받기식으로 증인 채택에 합의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민주당의 요구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이명박 정부 핵심 인사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국정원 등이 공영방송 인사·편성 등에 개입한 의혹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포털 사이트의 공정성·사회적 책무와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출석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올해 국감에서는 증인 신청 시 신청한 의원의 이름을 함께 밝히는 증인신청실명제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묻지마 호출’ 관행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직접 발의했다. 이로 인해 민원 해결용이나 망신주기식 증인 신청은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 이름이 공개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지 모르겠다”며 “여야 간사 간 비공개 회동을 거쳐 명단이 작성되기 때문에 절차만 놓고 보면 그게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감 증인 신청 자체가 의원들의 ‘이름 알리기’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효목·송유근 기자 soarup6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