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힘겨운 ‘손’ 축구대표팀의 손흥민이 11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빌·비엔의 티쏘 아레나에서 끝난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반칙을 당한 뒤 그라운드에 넘어져 힘겨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모로코와 평가전 1-3 참패
A매치 6경기째 연속 무승

변형 스리백 카드 대실패
골 결정력도 여전히 부족

한국축구 특유의 투지도 실종
월드컵前 손발 맞출시간 부족

축구 대표팀이 또다시 패했다. 연이은 졸전, 참패다.

대표팀은 11일 오전(한국 시간) 스위스 빌·비엔의 티쏘 아레나에서 끝난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배했다. 지난 7일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도 2-4로 무너진 대표팀은 유럽 원정 평가전을 2연패로 마감했다. 지난달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9차전부터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47) 감독은 4차례 A매치에서 승리하지 못한 채 2무 2패에 그쳤다.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63) 전 감독 시절인 지난 3월 28일 시리아와 홈경기에서 1-0으로 이긴 후 최근 6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최근 6게임의 성적은 3무 3패.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조별리그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건 당연한 일.

모로코는 1.5군, 아니 2군이다. 지난 8일 가봉과 아프리카 최종 예선전을 치른 모로코는 주축 선수를 선발에서 대거 제외했다. 그런데도 대표팀은 힘을 쓰지 못했다. 모로코의 빠른 스피드에 우왕좌왕하며 초반부터 무너졌다. 대표팀은 전반 7분과 전반 10분 오사마 탄나네(23·라스팔마스)에게 연속골을 허용한 데 이어 후반 1분 이스마일 엘 하다드(27·위다드 카사블랑카)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대표팀은 후반 21분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페널티킥으로 1골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의 추격전을 전개하지 못했다.

이미지 크게보기망연자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오전(한국 시간) 스위스 빌·비엔의 티쏘 아레나에서 끝난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골 결정력 부족이다. 대표팀은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9∼10차전을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간신히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최종 예선 A조에서 가장 많은 11득점에 성공했지만, 공격수가 넣은 건 5골에 그쳤고 스트라이커의 득점은 단 1골에 불과했다. 유럽 원정 2연전에서 공격수인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과 손흥민이 득점했지만, 순도는 매우 낮다. 지동원은 상대의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후반 48분에 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었기 때문이다.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무려 7골을 헌납했다. 수비 조직력은 낙제점. 신 감독이 꺼낸 변형 스리백 카드는 2경기 7실점이라는 참사로 이어졌다. 모로코전에서는 10분 만에 2골을 내주자 전반 28분 남태희(26·알두하일 SC)·김보경(28·가시와 레이솔)·김기희(28·상하이 선화)를 빼고 권창훈(23·디종 FC)·구자철(28·아우크스부르크)·정우영(28·충칭 리판)을 투입하며 포백으로 바꿨다. 변형 스리백이 패착이었음을 인정한 셈. 대표팀은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부터 줄곧 포백을 활용했다. 익숙하지 않은 전술을 선택한 탓에 스스로 무너졌다. 측면 공격수 이청용(29·크리스털 팰리스)의 측면 수비수 기용은 악수로 꼽힌다. 이청용은 윙백·풀백 등 생소한 위치에 기용돼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이청용의 수비 위치가 적절하지 않았다. 이청용이 크로스를 안 주도록 상대에게 더 접근해야 했다”면서 “다른 포지션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 (이청용처럼) 갑작스럽게 바꾸는 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가 실종됐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신 감독은 모로코와의 평가전 직후 “점수와 경기 내용에서 모두 졌고 참패를 인정한다”며 “나부터 반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이 정도로 몸이 무겁고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에 대표팀에서 K리그 소속 선수들을 제외했다. 지난 6월과 9월 최종 예선을 위해 조기 소집을 허용한 K리그를 배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인력난’에 허덕였다. 러시아월드컵을 8개월여 앞두고 ‘완전체’가 될 기회는 제한적이다. 대표팀은 오는 11월과 12월, 내년 1월과 3월 소집될 예정이다. 그러나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과 1월 해외 전지훈련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일정에 포함되지 않아 유럽파를 불러들이기가 어렵다. 대한축구협회는 11월 남미·유럽 팀과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나 조치가 없는 한 더 이상의 평가전은 의미가 없으며 유럽 원정 2연전에서 “돈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