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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경남FC 맡아 K리그 1부 승격시킨 김종부 감독

“조선업 구조조정 등 지역경제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남도민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1위를 질주하며 내년 시즌 ‘클래식(1부 리그)’ 승격을 사실상 확정 지은 경남프로축구단(경남FC) 김종부(52·사진) 감독은 1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련이 많았지만, 도민구단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선수단, 프런트 모두가 희망을 품고 똘똘 뭉쳐 뛰다 보니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남FC는 지난 8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치른 2위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경남FC는 21승 7무 5패로 승점 70점을 챙겨 남은 3경기를 모두 지고 부산(승점 61점)이 모두 이겨 승점이 같아지더라도 골 득실차에서 15점이 앞서 대이변이 없는 한 내년 K리그 클래식에 직행할 수 있게 됐다.

2006년 도민 주주를 모집해 창단한 경남FC는 성적 저하로 2015년 챌린지로 강등된 뒤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했다. 지역 중추 산업인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 메인 스폰서의 지원이 끊기면서 130억 원에 달하던 구단 예산은 60억 원으로 반 토막 났고, 선수단을 지원하는 프런트 인원도 20명에서 10명으로 줄여야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칭 스태프와 직원들의 월급이 밀려 경남도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급해야 하는 눈물겨운 상황이 벌어졌고 팀 해체까지 논의됐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도민구단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임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챌린지 리그에서 전임 대표이사의 심판매수 사건으로 승점 -10점을 안고 시작했지만, 조직력과 팀플레이로 이를 극복하며 11개 팀 중 8위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18경기 무패기록을 세우며 경남FC를 완벽하게 재건했다. 특히 지난달 모친상을 치른 직후에도 1위 수성을 위해 감독석에 앉았다. 도민구단의 선전에 경남도민들도 열광해 지난 8일 홈경기에 올 시즌 초반보다 무려 4배 많은 4056명이 입장했다.

김 감독은 경남도민들에게 희망을 쏘며 화려하게 지도자로 프로 무대에 복귀했지만 쓸쓸하게 그라운드를 떠난 ‘비운의 스타’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1983년 FIFA 세계 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현 U-20 월드컵) 4강 멤버로 뛰었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동점 골을 넣는 등 스타로 등극했다. 하지만 대학 4학년 때 스카우트 파동을 겪으면서 프로축구 선수로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방황 끝에 은퇴했다. 이후 그는 고교, 대학, 아마추어 축구단에서 차근차근 지도자 과정을 밟아왔다.

김 감독은 “경남FC의 1위 성적은 도민들의 응원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남은 3경기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둬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과 도민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