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어 月건보료 3만원이하
진료비 본인 부담상한제 혜택

재산이 수십억대인 부자 직장인 800여 명이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돼 의료비 일부를 돌려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는 재산과 무관하게 근로소득으로만 ‘건강보험 본인 부담상한제’ 혜택을 적용받고 있어 나타나는 문제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이 10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억 원 이상의 재산이 있음에도, 최하위 소득층(소득 1분위)으로 분류돼 본인 부담상한제를 적용받아 진료비를 환급받은 직장가입자가 819명에 달했다. 본인 부담상한제는 1년 동안 병원 이용 후 환자가 부담한 금액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책정된 본인 부담 상한금액을 넘으면 그 초과액을 전부 환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소득 1분위(하위 10%)에 해당하면 연 121만 원 이상의 병원비에 대해서는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

수십억 원대의 재산가들이 최하위 소득자로 분류된 현상은 이들이 직장가입자이기 때문에 나타난다. 건강보험료를 매길 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재산 모두에 부과하지만,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매긴다. 이들이 지난해 직접 부담한 월평균 건보료는 월 보수에 따라 책정된 2만5000원에서 3만 원 정도다. 이들이 돌려받은 총액은 6억600만 원가량으로, 1인당 평균 80만6000원 정도다.

재산규모별로는 10억 원 이상∼30억 원 이하가 756명, 30억 원 초과∼50억 원 이하 46명, 50억 원 초과∼100억 원 이하의 재산가도 16명이나 됐다. 100억 원 이상의 재산가도 1명 있었다. 100억 원 자산가는 월평균 3만600원의 건보료를 내는 탓에 소득 최하위층으로 분류돼 지난해 자신이 1년간 낸 총 건보료보다 더 많은 39만7910원의 진료비를 되돌려 받았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