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DNA검사로 친자 확인
전세계서 법원 판결에 ‘공분’

미국 법원이 성폭행범에게 성범죄로 인해 태어난 아이에 대한 양육권을 인정하면서 세계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9일 디트로이트뉴스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주 새닐락 카운티 순회법원의 그레고리 S 로스 판사는 크리스토퍼 미라솔로(27)에게 9년 전 그의 성범죄로 인해 태어난 A(8) 군에 대한 공동양육권과 친자교섭권을 인정했다. DNA 검사를 통해 미라솔로가 A 군의 친자로 확인된 데 따른 명령이다. 법원은 A 군의 출생증명서에 미라솔로의 이름을 넣도록 하고 친모 B(여·21) 씨의 주소까지도 미라솔로에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라솔로는 18세이던 지난 2008년 9월 당시 12세밖에 안 됐던 B 씨를 성폭행했다. 이로 인해 B 씨는 임신을 했고, 낙태와 입양을 거부하고 학교를 자퇴한 뒤 남자아이를 낳아 홀로 키우기로 결정했다. 미라솔로는 1급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플리바겐(유죄협상제)’을 통해 재판에서 3급 성범죄만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마저도 병든 어머니를 돌봐야 한다는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6개월 보름만 복역한 채 출소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미라솔로는 또다시 10대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고, 이로 인해 4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현재 성범죄자 신상공개명단(RSO)에 올라 있는 미라솔로의 친권이 인정되자 미국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공영 BBC방송은 “(이번 판결은) 미시간 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첫 사례로 여겨진다”며 “전 세계인을 공분하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B 씨가 주정부에 아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레베카 키슬링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B 씨가 주정부에 경제지원을 요청하면서 법원이 완전히 잘못된 판결을 내렸다”며 항소를 제기했다. 미라솔로의 변호인 바버라 요키 변호사는 이에 대해 “미라솔로는 절대 이 소송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이건 주정부의 지원 신청이 들어가면 일상적으로 밟게 되는 절차”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라솔로가 양육권과 교섭권을 사용할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