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형평성’ 내세워 난색
與野 이견에 法개정도 표류
文대통령 공약 흐지부지 돼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1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림픽 이후 주요 경기장의 관리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매년 수십억 원이 넘는 관리비용을 떠안을 위기에 처한 강원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형평성 등을 이유로 강원도의 국가 관리 요청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국가 관리를 위한 개정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시설인 슬라이딩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스키점프센터, 크로스컨트리센터, 바이애슬론센터, 강릉 하키센터 등 일반인이 활용하기 힘든 6개 전문 경기장에 대해 올림픽 개최 이후 국가 관리를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강원도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들 경기장은 올림픽 이후 강원도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들 경기장을 직접 운영할 경우 연간 64억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같은 사정을 파악하고 지난 대선 당시 올림픽 경기장 국가관리를 강원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후관리 계획이 제외됐다. 올림픽 시설의 효율적인 유지·관리 및 활성화 등 사후 관리와 관련된 내년 사업예산도 모두 배제됐다. 강원도는 재정자립도가 전국 평균치(52.4%)에 크게 미달하는 27.1%로, 재정 상태가 열악하다.

올림픽 경기장의 국가관리를 위한 법안 개정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강원도 출신의 권성동·염동열 국회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시설을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면서 법 개정 무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가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개정안에 대해 ‘수용 곤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 간 입장 차도 커 개정안이 쟁점 법안으로 분류되면서 법 개정 무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 경기장의 연간 운영비만도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앙정부가 관리 비용을 지원하든, 직접 관리하든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기장 방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춘천 = 백오인 기자 105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