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지난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이후 미국에서는 또 다시 총기규제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백악관은 사건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총기규제 논의가 현시점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총기규제와 관련, “정치적인 논의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미국을 하나로 단결시킬 때”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아직 (총격사건의) 범행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고, 모든 사실, 혹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충분히 모르는 시점에 정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총기 소지 권리는 공공 안전에 필수적인 부분”이라며 총기규제에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4월 전미총기협회(NRA) 리더십 포럼에 참석해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NRA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NRA 회원들을 향해 “친구들”이라고 부르며 “절대로 여러분을 실망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1일 밤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총기난사 사건으로 사망자가 최소 58명에 달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총기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서 “슬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정치를 한쪽으로 치워놓고 NRA에 대항하고,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11년 총격을 당한 뒤 총기규제 강화 운동에 나서고 있는 가브리엘 기포드 전 하원의원은 이날 남편인 마크 켈리 하원의원과 함께 의회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국가가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총기규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