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도중 돈 안 내고 그냥 나가기도
추석을 맞아 사람이 몰리는 미용실, 카페 등의 직원들이 상식 밖의 행동을 하거나 일부러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이른바 ‘진상 고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는 A(32)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한 50대 여성이 펌을 하다가 중화하기 직전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냐”고 소리치며 머리에 롤을 만 채로 미용실을 뛰쳐나간 것이었다. A 씨는 너무 황당해서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추석 전이라 머리를 손질하러 사람들이 몰렸고, A 씨는 오래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미리 손님에게 양해를 구한 상황이었다. A 씨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을 때는 괜찮다고 대답해 놓고, 펌이 거의 다 된 상황에서 돈도 안 내고 그냥 나가니 황당했다”며 “추석에는 손님이 많이 몰려 정신도 없는데, 저런 손님까지 만나면 몇 배로 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어머니와 함께 카페를 개업한 강모(24) 씨는 추석 연휴에 학교를 쉬는 중·고등학생 손님 때문에 벌써 걱정이 앞선다. 테이블 위에 화장품을 펼쳐놓고 화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매니큐어를 바르거나 손님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콘센트에 고데기(열을 가해 머리를 펴는 기구)를 연결해 머리를 손질하는 경우도 있다. 강 씨는 “저런 중고생들을 상대하고 나면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장시간 앉아 있는 손님들은 민폐랄 것도 없고 애교 수준으로 느껴진다”며 “카페란 게 동네 장사여서, 소문을 이상하게 낼까 봐 함부로 말하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피해를 본 카페 주인이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경고문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근처 중·고등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침을 뱉거나, 카페 직원들에게 무례한 언행과 욕설을 일삼아 매장 방문을 거부한다”며 “방문하셔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일이 생겨도 양해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청이 ‘갑질 횡포’를 근절하겠다며 벌인 100일 특별단속에서 ‘진상 손님’ 3352명을 입건하기도 했다. 전체 입건자(7633명)의 43.7%에 이르는 수치였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받을 때 돈을 지불하니까 당연히 많은 것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최소한의 도덕과 상식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명진·김현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