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으로 6·25전쟁 이후 최대의 안보(安保)위기가 닥친 가운데 건군(建軍) 69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28일 열렸다. 강군(强軍)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데다, 진보 성향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기념 행사여서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국군의날은 6·25전쟁 당시 국군의 38선 돌파일에 맞춘 10월 1일이지만, 추석 연휴와 겹쳐 행사가 나흘 앞당겨졌다. 육·해·공 연합전력 시범을 위해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점도 특기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강한 안보 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도, 만들어 갈 수도 없다”고 강조하고, “무모한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으로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궁극의 목표로 제시하면서도 “당면 목표는 북한의 도발을 막고 반드시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혼란스러웠던 현 정부의 안보관·대북관을 일단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제재 병행에서 선(先)제재-후(後)대화 방침으로 바뀐 것으로 읽힌다. 이제부터는 이런 말이 빈틈없이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문 대통령은 “강한 안보, 책임 국방의 결연한 의지를 다짐하는 자리”라고 했지만, 사드 배치를 둘러싼 우왕좌왕과 여권 내부의 반대 주장을 보면 여전히 불안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4형 미사일 2차 도발 다음 날인 7월 29일 ‘대북 독자 제재’ 입장을 밝혔으나 여전히 실행에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대북 외교·경제 단절 조치가 이어지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청와대 경고를 받는 등 군의 사기(士氣) 고양도 미덥지 않다. 군 복무기간 단축과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 주적(主敵) 개념 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군의날을 계기로 안보 불안 요인들을 제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