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에… 당직 자청하는 기혼 직장여성들

“연휴 길어도 반갑지 않아
진심으로 출근하고 싶어”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올라온 여성 네티즌 A 씨의 사연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A 씨는 역대 최장인 올 추석 연휴에 시댁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A 씨의 남편이 아내의 명절 스트레스를 걱정해 짧게 다녀가겠다고 하자, 시부모가 남편에게 “처가에 가려고 그러느냐”며 쏘아붙였다는 것. 부부가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되자 A 씨의 남편은 차라리 추석 바로 전날까지 회사에 출근, 연휴 기간 자체를 줄여 버리기로 결심했다.

A 씨가 올린 글에는 180여 건의 추천 클릭이 이어졌다. 특히 기혼 여성 네티즌들은 “연휴가 기니까 시댁에 더 오래 머물러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든다”며 공감을 나타냈고, “연휴가 길어도 반갑지 않다” “진심으로 연휴에 출근하고 싶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명절 스트레스로 연휴 근무를 자청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기혼 여성들 사이에서는 가사 노동에 시달리느니 연휴 기간 직장에서 일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B(43) 씨는 추석 연휴에 휴일 신청을 하지 않고 평소와 같이 근무하기로 했다. B 씨는 “출근한다고 얘기하고 당당히 시댁에 내려가지 않을 예정”이라며 “이번에는 특히 연휴가 길어서, 시댁이든 친정이든 내려가면 음식 준비하고 잔소리 듣느라 스트레스가 더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출근을 자원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당직을 돈 받고 팔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오고 있다. 회사원 C(31) 씨는 직장 동료 대신 당직을 서고 일당 7만 원을 받기로 했다. C 씨는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당직비라도 챙겨서 외제차 할부금을 갚는 데 보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28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5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에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추석 연휴 근무를 생각해봤다는 응답자의 92.7%는 ‘올 추석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기꺼이 출근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 핵가족에 익숙해진 요즘의 20∼40대에겐 다른 가족과 마주쳐야 하는 명절이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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